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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탁생산업체 통합 '신호탄' 예고
입력2002-07-09 00:00:00
수정
2002.07.09 00:00:00
■ 동부, 아남반도체 인수M&A에 계열사도 참여… 동부전사 회생발판 마련
동부의 아남반도체 인수는 열세를 면치 못하는 국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의 통합을 가속화하는 기폭제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동부로서는 이번 인수로 그룹의 '계륵' 이었던 동부전자를 '규모의 경제'로 회생시킬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M&A 과정에 동부화재와 생명ㆍ건설 등 3개사를 참여시킴으로써 동부전자에 그룹의 명운을 거는 '도박'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M&A를 통한 계열사 우회지원
이번 딜은 동부 계열사들이 1,700억원에 아남반도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전형적 M&A다. 그러나 속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채권단은 올초부터 동부그룹에 계열사를 통해 동부전자 증자에 참여하도록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는 그룹 신인도 등의 문제와 맞물려 힘든 일이었다.
동부는 이를 아남 인수를 매개로 현실화했다. 즉 금융계열사가 아남 유상증자에 600억원을 투자해 9.7%의 지분을 갖는 대신 이 돈이 다시 동부전자 출자(500억원)를 통해 흘러가도록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인 김주진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인 암코테크놀로지의 아남반도체 지분을 동부건설에 넘겨 꼬리 떼내기에 성공했다.
관심은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아남에 동부화재 등 금융사가 왜 대규모 투자를 하느냐이다. 특히 화재는 자본금(344억원)을 훨씬 넘는 500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자 돈이 부실회사에 투자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일단 '문제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 동부의 마지막 선택(?)
동부는 지난해 4월 생산에 들어갔지만 반도체경기 불황으로 시설투자가 늦어진데다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5,100억원을 조달했지만 웨이퍼 생산능력이 손익분기점인 2만장에 턱없이 모자란 월 5,000장에 불과, 손실이 누적돼왔다.
외자유치를 조건으로 2차 협조융자를 받으려 했으나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 또한 지지부진했다.
다행히 '외자유치 조건'이란 꼬리표를 떼고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여전히 생존을 보장 받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이번 아남반도체 인수는 이 같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그룹의 마지막 노림수라고 해석할 수 있다.
▶ 파운드리 빅뱅 시작되나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올초 "열악한 국내 파운드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업체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때문에 동부의 아남 인수가 업계간 전략적 통합의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통합이 완결될 경우 동부는 타이완 TSMC 등에 이어 세계 4위의 파운드리 업체로 발돋움한다. 동부는 현재 5,000장 수준인 웨이퍼 생산량을 연말 2만장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7만5,000장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아남으로서도 0.18미크론의 생산공정을 0.13미크론으로 끌어올리는 추가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동부에 대주주 자리를 넘겨주더라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금을 유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양사의 제휴선인 도시바 및 TI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를 상호 이용,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정작 관심은 이번 인수가 하이닉스 비메모리 부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는 정부가 고도의 전략으로 추진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3사간의 통합이 추진될 경우 연말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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