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사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1일 "솥을 너무 많이 채우면 무게 때문에 솥발이 부러져 내용물을 모두 버리게 된다"며 내실 없는 양적 성장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가속화한 금융사 몸집 키우기 경쟁의 부작용이 금융위기 이후 부실자산 증가, 수익률 저하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가운데 나온 자성의 목소리여서 주목된다. 신 사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주사 창립 8주년 기념식에서 유교경전인 주역의 '정절족 복공속 기형악, 흉(鼎折足 覆公餗 其形渥, 凶ㆍ솥의 다리가 부러져 귀한 사람의 음식을 엎지르니 몸이 젖어 보기 흉하다)'이라는 문구를 들어 이같이 지적했다. 이 문구는 원래 솥(鼎)을 국가의 고위직 관리에 비유해 솥이 부러지면 음식이 쏟아지듯 관리가 잘못하면 왕과 국가에 해가 된다는 뜻을 담은 것인데 신 사장은 이를 응용, 솥을 기업에 비유하고 음식을 자산에 비유해 기업의 부실성장을 경계하고 질적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그룹 총자산은 지난 6월 말 현재 314조원으로 지주사 출범 당시보다 다섯 배 이상 커졌고 기업가치도 일곱 배나 상승했다"며 "하지만 다각화된 사업 라인과 거대해진 외형에 비해 내실 면에서는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총자산은 2002년 말 69조원대이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321조원까지 성장했지만 총자산이익률(ROA)은 2005년의 1.14%를 정점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0.8%까지 떨어졌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02년 17.57%이던 것이 2005년에는 23.0%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10%대로 하락, 지난해에는 12.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신 사장은 "이제는 다름 금융기관과의 차별적 우위가 많이 퇴색한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녹색금융상품 개발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체제 확립 ▦그룹 대표상품의 개발과 공동마케팅을 통한 시너지영업 차별화 ▦강한 기업문화 재정립을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그는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시각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사회공헌 활동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본역량"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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