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이 3분기 연속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상장법인 1,57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2ㆍ4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조사 법인의 부채비율은 96.4%로 전분기(93.5%)에 비해 2.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4년 1ㆍ4분기의 98.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4ㆍ4분기 85%에서 86.5%로 상승한 뒤 3분기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92.8%로 1ㆍ4분기(88.9%)보다 악화됐고 비제조업의 부채비율은 101.9%로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100%를 넘어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제조업체의 경우 부채비율 100% 이하의 우량업체 비중은 59.5%로 1ㆍ4분기(59.9%)보다 약간 감소한 반면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하는 부채과다업체 비중은 5.7%로 1.0%포인트 상승했다. 자본잠식업체도 3월 말 0.4%에서 1.0%로 확대됐다. 기업들의 차입금의존도도 3월 말(22.2%)에 비해 0.4%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12월 말 20.6%에서 올 3월 말 22.2%로 뛰었고 이번에 상승폭을 더 키웠다. 이 같은 차입금의존도는 2005년 3ㆍ4분기(2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자기자본비율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3ㆍ4분기 54.1%에 달했던 자기자본비율은 4ㆍ4분기 53.6%, 올 1ㆍ4분기 51.7%로 떨어진 뒤 2ㆍ4분기에는 50.9%로 건전성 기준 척도인 50%에 턱걸이했다. 자기자본비율 역시 2004년 3ㆍ4분기(50.5%) 이후 최저치다. 현금흐름도 매우 나빠졌다. 제조업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36.1%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1%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 증가에 따른 매출채권 증가로 현금흐름이 -462억원으로 크게 악화됐다. 수익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6%로 전분기(7.4%)보다 0.2%포인트 상승했으나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6.7%로 전분기(6.9%)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매출호조로 영업이익은 늘어났으나 외환손실 등 영업외수지 적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심각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방향성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분명해보인다”며 “이 같은 흐름이 3ㆍ4분기에도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정책당국이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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