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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엔화대출 다시 급증
입력2003-03-06 00:00:00
수정
2003.03.06 00:00:00
조의준 기자
정부의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엔화대출이 지난달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최근 엔화가 원화에 대해 급격하게 강세를 보이자 단기 환차익을 노리는 대출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의 엔화대출 잔액이 지난달 최고 12%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신한은행으로 2월 한달 동안 12%(163억엔) 증가한 1,556억엔의 대출잔액을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11%늘어난 341억엔의 대출잔액을 기록했고 한미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10%(64억엔)와 6%(12억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외환은행과 우리은행도 대출실적이 각각 37억엔과 43억엔씩 증가했다.
엔화대출이 늘어난 것은 환차익을 노리는 대출수요가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엔화환율은 100엔당 1,120원에서 980원 사이를 거의 벗어나 않고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변동요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곧 다시 1,000원 안팎으로 환율이 다시 안정세를 찾는 것이 보통이었다. 따라서 최근 100엔당 1,180원대 까지 치솟자 다시 1,000원 안팎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대출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100엔당 1,180원으로 빌렸다가 나중에 환율이 1,000원대로 돌아갔을 때 대출금을 상환하면 18%정도의 환차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2%대의 대출이율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15%이상의 환차익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엔화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외화대출의 증가로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인 45%까지 올라가는 등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전쟁과 북핵사태 등 국제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이 갑자기 상승할 경우 기업들의 심각한 자금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은행들의 외화대출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감독당국의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며 “은행들도 해외변수가 큰 만큼 대출에 신중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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