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19일 쟁의발생을 결의함에 따라 총수 구속으로 경영공백 상태에 빠진 현대차의 앞길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졌다. 노조가 이번에 파업에 들어가면 현대차는 지난 94년 이후 12년 연속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울산공장에서 전체 대의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90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오는 22~23일 파업찬반투표를 열고 개표결과에 따라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파업 개시일은 산별노조(금속노조) 전환 찬반투표가 실시되는 29일이 유력하다.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을 위해 지난달 9일부터 사측과 9차례의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노조의 주요 요구내용은 기본급 대비 임금 9.10% 인상(12만5,524원)과 직무ㆍ직책수당 인상, 월급제 및 호봉제 실시, 성과급 지급, 사무계약직의 정규직화 등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정면대응을 자제하면서도 회사 정상화가 더 늦춰질 수 있다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수감에 따른 경영공백과 환율ㆍ유가ㆍ내수 불안의 3중고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지면 시장의 신뢰가 더욱 하락해 회사 경영이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차는 특히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최근 출시한 신형 아반떼(HD)의 수출전선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형 아반떼의 생산일정이 작업인력 배치를 둘러싼 노사간 이견으로 한달가량이나 늦어진 마당에 또다시 파업이 강행될 경우 이르면 7~8월로 예정된 수출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에 대해 “앞으로 조합원들의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관철해나갈 것”이라며 “쟁의기간 중이라도 회사 측이 교섭을 요구해온다면 언제든지 교섭 창구는 열려 있음을 밝혀둔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려고 해도 여건이 어려워 당장 협상의 진전을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정 회장의 보석 허용 여부 결정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어 노조와 담판을 짓기 위한 협상안을 최종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동기와 비교할 때 4월 내수 판매가 14.4%, 수출이 12.4%나 줄어드는 등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것도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검찰 수사로 최고의사결정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현장마저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가뜩이나 흔들리는 해외판매망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노사 양측이 벼랑 끝 전술보다는 차분한 대화로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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