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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위원회라는 곳
입력2002-07-24 00:00:00
수정
2002.07.24 00:00:00
중국의 마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를 더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합의내용이 알려지면서 관련 고위공직자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등 한중마늘분쟁의 여진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재협상 불가'입장을 우리 정부에 공식통고 해버렸다. 중국과의 약속을 지키자니 국내 마늘농가의 피해가 걱정이고 마늘농가의 피해를 구제하자니 거대시장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답답한 형국이다.
무엇이 잘못됐길래 나날이 증대하는 한중간의 무역규모에 비춰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마늘로 이처럼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인가.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99년 마늘농가를 대신해 농협이 무역위원회(KTC)에 산업피해구제신청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무역위원회는 수입마늘로 인해 국내 마늘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단하고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정부에 건의함으로써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가 발동됐다.
농산물개방에 따라 96년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중국마늘은 96년 9,500톤에서, 97년에는 1만8,000톤, 98년에는 3만8,000톤으로 수입량이 늘어났다.
국내 마늘가격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한 중국마늘은 시장이 열리자마자 파죽지세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대로 두면 국내 마늘산업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50만여 국내 마늘농가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존폐 기로에 서게 된 마늘농가들이 무역위원회의 문을 두드린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세이프가드발동 역시 국제무역규범에 근거한 정당한 귄리행사였던 셈이다.
문제는 중국의 반응이었다. 금액으로 1천만달러 남짓한 마늘수출에 제동이 걸리자 중국은 핸드폰과 폴리에스텔을 포함해 무려 5억달러어치에 상당하는 우리 수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보복조치를 취해버렸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관행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당시 WTO회원국이 아니었던 중국을 상대로 우리측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어보였다.
중국측에서 보면 우리의 2번째 수출시장이자 매년 상당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 안되는 마늘수입을 규제하는 우리의 처사가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중국의 보복조치를 풀기 위한 협상은 시작됐지만 방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한 힘센 중국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보복조치를 빨리 풀고 중국시장을 지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에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더라도 어떤 과정과 경로를 거쳐 중국과 그런 합의를 해주게 됐는지, 합의내용은 왜 즉각 공표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더구나 한중마늘분쟁이 불거지자 1천만달러 남짓한 마늘수입을 규제함으로써 거대시장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식의 주장이 나도는 것은 단견이다.
국제교역에는 일정한 일정한 질서와 룰이 있다. 무역위원회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무역행위 또는 급격한 수입 증대등으로 인한 국내 기업 또는 산업의 피해구제를 담당하는 기구이다.
자유무역을 하되 공정무역을 지향하는 국제무역규범(WTO 협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반덤핑법을 중심으로 산업피해 구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87개국에 이른다.
중국도 그동안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제소가 18건에 달하고 그중 14건이 한국상품이 대상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공정무역의 칼을 가장 많이 휘두르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경우 직원 수만도 430명에 이르는 준사법적 독립기구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섬유 가발에서부터 전자ㆍ철강제품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수출품의 대부분이 반덤핑관세나 긴급수입제한조치에 걸려 수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제 시장개방과 함께 우리나라도 불공정무역행위의 주요무대가 되고 있다. 무역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때가 됐다. 국가는 국제무역규범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수입급증이나 불공정무역행위로부터 국내산업의 피해를 구제해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마늘은 하나의 케이스일 뿐이다.
논설위원(經營博)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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