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국제특송사 한국서 이름값 못한다 까르푸ㆍ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토종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다국적 국제특송사들도 국제적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토종업체인 우체국EMS가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고 현대택배, 한진, 대한통운 등 국내 주요택배사들이 국제택배 물량을 늘리고 있어 향후 특송업계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 DHLㆍ우체국EMS 양강체제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제특송시장은 연간 4,500억원 규모로 해외 인터넷쇼핑몰과 유학생의 증가로 매년 20~30%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는 DHL, FedEx, UPS, TNT 등 국제특송시장의 메이저 4사가 모두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으며 국내 업체로는 우체국EMS를 비롯 중소업체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DHL과 우체국EMS가 각각 1,400억원대의 매출로 양강체제를 형성하고 있고 페덱스, UPS, TNT가 뒤를 ?고 있다. 특송업체 중 국내에 처음 진출한 DHL은 비교적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는 DHL이 처음부터 국내 물류업체인 일양익스프레스의 대리점 형태로 진출했기 때문으로, 국내 법인의 지분 50% 가량을 배광우 DHL코리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름값 못하는 ‘빅3’ DHL에 비해 국내에 늦게 진출한 페덱스, UPS, TNT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불구하고 연간 매출이 400억원대로 DHL과 우체국EMS에 멀찌감치 뒤쳐져 있다. 페덱스는 지난 2001년 노조파업으로 한때 한국시장 철수를 검토했을 정도로 현지화에 애를 먹었다. 파업 이후 노사관계가 안정화되면서 최근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세계 최대 특송업체의 명성에 비해 한국시장에서의 성과는 미미하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UPS도 국내시장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 80년대 후반 한국에 진출한 UPS는 시장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96년 대한통운과 제휴를 맺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조만간 합작투자법인 해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PS가 2004년 일본 야마토운수와의 합작법인을 해체하고 자체적으로 일본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대한통운과의 결별에 무게를 싣고 있다. TNT는 최근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8년째 회사 경영을 맡아오던 김중만 전 사장이 회사 재무담당자의 공금횡령사건과 연루돼 전격 교체된 것. TNT코리아는 김종철 상무가 사장으로 승진해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지만 선두권 추격이 당분간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힘내는 토종업체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다국적 특송업체들에 밀려 특송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던 국내 물류업체들이 최근 국제택배 서비스를 앞다퉈 강화하면서 특송업계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택배와 한진은 올 들어 국제특송 수입화물량이 월 4~5만건으로 크게 늘자 인천국제공항에 통관장을 설치하는 등 국제택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대한통운도 지난 달 미국 현지 유통업체인 H마트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매장에 국제택배 1호점을 오픈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네트워크가 취약한 국내 택배사들의 국제특송사업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저렴한 운임 등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인바운드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국제특송시장에 적지 않은 판도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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