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뛰어넘어 역사에 길이 남은 천재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묶어졌다. 시대를 초월한 탓에 당대에서는 크게 인정 받지 못했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민족사에 빛나는 천재들의 생각과 삶의 궤적이 ‘한국사의 천재들’(생각의 나무)에 담겨 있다. 책은 천재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좋은 머리로 자신과 가문을 윤택하게 만든 사람들은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범재일 뿐이다. 진정한 천재는 따로 있다. 시대와 불화하거나 당대의 상식에 맞서 싸워 자신은 부유하거나 행복하게 살지 못했어도 후대와 역사의 상식이 된 인물이 바로 천재다. 한국 불교의 독자적 색채를 구축한 지눌, 거란에게 항복하거나 땅을 떼어주자는 대세론을 뒤엎고 오히려 영토를 늘린 서희, 잊혀졌던 발해사를 연구해 통일신라시대가 아니라 ‘남북국 시대’라고 주장, 민족사의 지평을 확대한 유득공 등은 하나같이 시대의 대세를 거부하며 역사에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뛰어난 과학기술능력으로 신분을 뛰어넘은 관노(官奴) 출신 과학자 장영실, 주희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율곡 이이, 성리학만이 정학(正學)이고 다른 모든 것은 사학(邪學)으로 공격받던 시절에 자생적으로 천주교 조직을 만든 이벽도 역사의 천재로 꼽혔다. 정약용으로부터 ‘사람이 아니라 신(神)’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쟁으로 사형을 당했던 이가환, 부패한 시대에 대한 책임을 홀로 지고 자결로 생을 마감한 매천 황현, 동서고금의 학문에 통달한 천재로 헤이그밀사 사건 등 독립운동에 몸바친 이상설의 이야기 등 가슴이 저며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세사람의 공동저자는 한국사를 보다 쉽게 전달하려 노력해온 재야사학자. 대중역사저술가 이덕일, 향토사학자 신정일, 독립운동사연구자 김병기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댔다. 저자들의 메시지는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는 천재가 아니다. 시대와 불화할 줄 모르는 천재는 천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346쪽. 1만4천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