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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신용평가기관 활성화 시급”
입력2003-07-02 00:00:00
수정
2003.07.02 00:00:00
이연선 기자
`315만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직된 신용불량정보 관리제도부터 합리적으로 고치고 현재 금융회사 자율협약으로 운영중인 민간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법에 의한 강제적 채무조정과 하루 빨리 연계 시켜 운영해야 한다 `
2일 서울경제신문과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주최한 `신용불량자 문제해결을 위한 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방안은 이와 같이 정리된다. 이들은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부도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급증한 신용불량자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선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을 재점검하고 채무자의 빚 갚는 의지를 키울 수 있는 강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들은 이를 위해
▲개인신용종합평가제도 도입
▲개인신용정보회사 활성화
▲개인회생제도 입법
▲신용관리교육체계 확립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신용불량자 문제해결을 위해선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철저한 자기책임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하며 “정부는 개인신용평가기관을 활성화 시켜 개인신용도에 따라 금리ㆍ대출한도 등 금융거래수준을 차별화 할 수 있는 선진 금융관행을 조속히 정착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신용종합평가제도 도입해야=`주홍글씨(신용불량자)`로 한 번 낙인 찍히면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어렵다는 문제점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한복환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신용불량정보는 주로 금융규제 또는 채권추심의 보조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신용정보기록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 신용불량정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신용우량자`로 간주돼 신용한도를 지나치게 많이 받고 이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연체정보의 공유기준을 완화해 단기 소액연체에 대한 획일적인 제재를 금지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신용불량정보의 별도 구분제도를 폐지하고 연체정보를 거래정보 내용에 포함해 관리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주재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장도 “적색거래처에 대한 신규여신 금지와 같은 금융회사의 일률적인 제재가 폐지됐지만 실제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신용불량자에 대해 종전 적색거래처와 유사한 불이익을 여전히 부과하고 있다”며 “연체정보가 과거대출상환 실적 등 신용거래정보와 함께 신용능력을 판단, 평가하는 요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불량정보 위주의 신용정보 관리체계를 우량정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며 우량정보를 확충하기 위해선 개인신용평가회사(CBㆍ크레딧 뷰로) 활성화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불량자 제도 폐지의 걸림돌은 `선심성 정책`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신용불량자들이 가질 수 있는 모럴 해저드. 이에 대해 이보우 한국여신금융협회 상무는 “정부는 자칫 신용사면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별도로 관리가 지속되는 이상 사면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당초 채무자들이 돈을 갚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최근 들어 취지가 퇴색된 만큼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신용정보회사 활성화 시스템 구축해야=개인의 다양한 금융거래정보를 반영해서 개인의 신용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근거한 차등화된 금융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위해선 금융회사의 신용평가시스템 확충, CB 활성화 등 선진 금융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정부가 신용불량자를 양산을 방치하고 이를 우량 금융거래자에게 부담 지우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시장논리가 바로 설 수 없다”며 “신용조사기법을 고도화해 철저한 신용평가방식에 따라 신용불량자와 신용우량자의 차별화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연체자 문제는 금융회사의 문제이고 정부는 연체를 안은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정부가 일괄적으로 연체자 관리에 나설 것 없이 시장이 신용평가회사를 통해 결정하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덕승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신용불량자 문제는 단순히 가계대출과 도덕적 해이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신용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현재보다 강도 높은 개입을 통해 신용사회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진 연구위원은 “개인신용정보 수집범위가 확대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정보의 유출ㆍ오용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시장질서를 위한 틀을 정부가 잡아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회생제도 입법 서둘러야=신용회복지원(개인워크아웃)제도에 대한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 개인회생제도와 개인파산제도의 조속한 입법화의 필요성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한 사무국장은 “금융회사가 처리하는 단순한 대환처리 업무와 보증인 요구는 신용불량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채무자의 지급능력을 정확히 파악한 후 실질적인 도움을 주도록 만기연장, 금리인하 등의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영 중인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상담 및 지원창구를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하고 신용관리 교육기능을 확충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 등 공공기관이나 일반기업 등이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 위원회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용기 전국은행연합회 상무는 “현재의 개인워크아웃제도 자율협약을 한시법 체제로 운용하고 정부의 보조금을 지급 받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 별로 워크아웃 운용결과를 경영실적에 포함시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간차원의 채무조정만으로는 과다채무자를 회생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임 국장은 “1,000만원 미만의 고객은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신용불량자는 금융회사 공동의 신용회복지원제도를 통해 지원할 수 있지만 이마저 불가능한 경우 현재 입법추진중인 통합도산법의 개인회생제도와 개인파산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 중인 소비자파산제도는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운영돼 효용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홍종학 경원대교수는 “미국에선 파산법과 민간의 채무재조정을 병행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파산법, 민사재생업, 특정조정법 등을 시행하면서 민간의 채무재조정을 권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통합파산법이 5년 째 논의 중에 있지만 개인파산법의 정비가 시급한 만큼 독립적으로 법제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젊은 신용불량자는 취업알선으로 재기 도와야=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신용불량자에 대해 취업기회를 확대하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20~30대 젊은 층에 대해 다른 계층과 같은 획일적인 방법으로 대처하기 보다 스스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공감대에서다. 한 사무국장은 “일반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면 예비범죄자로 간주돼 안정적인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고 새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게 된다”며 “가급적 이들이 직장을 유지하고 실직자는 안정적인 새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적으로 신용관리 교육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임 국장은 “추가적인 신용불량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사전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신용불량자에 대한 재활교육은 물론 일반 채무자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예방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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