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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 유지를 바라는 정부와의 입장차이가 어떻게 조율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지난 수개월간의 발언을 되짚어볼 때 분명 현 정부의 '확장적 정책기조'와 배치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출구전략과 관련해 각자 처한 위치에서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결국 우리 몫"이라는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금리정책은 한은이 알아서 할 테니 정부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는 뜻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직은 금리인상 문제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아직도 출구전략은 이르다고 본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정부를 향해 작심하고 말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총재가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김에 따라 당장 정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부터 재정부ㆍ금융위원회까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한목소리로 입을 맞추는 상황에서 한은이 나 홀로 출구전략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상황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해 자금시장에 다소나마 경색이 올 경우 정책당국과 통화당국의 해묵은 갈등이 불거질 소지마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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