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이 자체 기획 오페라 시대 10년을 맞는 기념으로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돈 카를로'를 무대에 올린다. 독일 문호 프리드리히 쉴러가 쓴 '스페인 왕자 돈 카를로스'(1787)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 '돈 카를로'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 역사적 인물의 내적인 갈등이라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주제와 3시간30분(총 4막)에 달하는 연주 시간 때문이다. 지난 1996년 '피가로의 결혼' 이후 10년동안 꾸준히 자체 제작 오페라를 선보인 예술의전당이 올해는 고심 끝에 돈 카를로를 선택했다. 오페라 돈 카를로는 최강의 무적함대를 거느리던 16세기 스페인의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페인 국왕 필립보2세에게 약혼녀 엘리자베타를 빼앗긴 왕자 카를로와 왕의 정부(情婦) 에볼리 공녀, 왕의 심복이자 왕자 돈 카를로의 친구인 로드리고 등 5명의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 배신, 음모등이 베르디의 장중한 선율 위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의 연출은 1998년 '라 보엠'에 이어 토스카(2000년), 가면무도회(2001년), 라 트라비아타(2003년) 등을 맡았던 이소영씨가 맡았다. 이씨는 "돈 카를로의 이야기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버지와 아들, 신권과 구권, 속박과 해방의 대립이라는 주제로 압축할 수 있다"며 "혼란과 대립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일상 생활 속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돈 카를로 역에는 도밍고 콩쿨 수상자이면서 독일 카셀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는 테너 김재형이 맡고 필립보 2세역은 베이스 엔리코 주세페 요리와 함석헌이 뽑혔다. 필립보2세와 그의 아들 돈 카를로 사이에서 인간적인 갈등을 하는 로드리고 역에는 강형규, 서정학이 나선다. 엘리자베타는 소프라노 이화영, 조경화가 맡고 에볼리는 메조소프라노 미리아나 니코릭, 양송미가 노래한다. 김재형씨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활약하는 테너 리처드 마지슨과 함께 나눠서 무대에 오르기로 했었지만 리처드 마지슨이 최근 한반도의 정치ㆍ군사적인 위험을 이유로 방한을 꺼리면서 결국 테너 김재형이 나흘 모두 돈 카를로 역을 혼자서 맡았다. 지휘봉은 이탈리아 출신 오타비오 마리노가 잡는다. 11월 7~8일과 10~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만~12만원.(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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