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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증시 차별화의 조건
입력2002-12-03 00:00:00
수정
2002.12.03 00:00:00
IMF 직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을 보면 첫째 미국증시와의 동조화였다. 둘째 미국증시 따라하기 행태가 매우 비대칭적이었다는 점이다.
미국증시가 오르더라도 한국증시는 미국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폭 오르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혹은 미국주가가 떨어지면 한국주가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올들어 미국증시가 하락할 경우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고 상승할 때는 더 올라가는 '한국증시의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IMF 직후와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특히 10월 들어 미국증시가 급등하자 국내 증시는 미국증시의 상승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ㆍ4분기 중에 나타났던 '한국증시의 차별화'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 같은 한국증시 차별화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첫째 구조조정의 순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IMF 직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한 한국경제는 올 상반기 중 기업들의 이익규모와 현금보유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둘째 IT 생산 강국이라는 강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도체ㆍ휴대폰ㆍTFT- 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ㆍ디지털가전 부문에서의 한국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결국 세계 경제는 IT 산업에 의해 다시 주도될 것이고 이 경우 IT 산업이 상대적으로 강한 한국경제의 상대적인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라는 얘기다.
셋째 한국경제는 장기간 고성장이 예상되는 중국경제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 중화경제권의 IT 관련제품 수출규모가 대 선진국의 IT 관련제품 수출규모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증시 차별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필요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최소한 미국증시가 떨어지지 않거나 상승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증시가 침체국면을 보일 경우 한국증시의 차별화는 기대하기 곤란해 보인다. 불투명한 요소가 아직 남아 있어 미국증시 전망은 낙관과 비관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아직 경기 관련 지표가 하강추세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이 여전히 높고 미국경기 부진으로 다른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으며 미국 IT 기업의 주가수익배율(PER)은 여전히 역사?평균치보다 높은 상황이다.
또 3ㆍ4분기 미국 IT 기업의 실적이 당초 예상치보다 개선됐지만 전분기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판매단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IT 관련기업의 최종 판매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구조조정은 더 강화될 것이고 그럴 경우 소비와 투자는 한단계 하향조정될 것이다. 다음해 상반기 중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더블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증시 차별화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증시 차별화가 이어지기 위한 또 다른 조건은 IT 경기 부활과 더불어 우리나라 제품과 중국의 국제경쟁력 격차가 지속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수출구조를 중저가 상품에서 중고가 상품구조로 빠르게 전환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중국의 IT 경쟁력 격차가 점차 축소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계ㆍ자동차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중국의 빠른 추격이 예상된다.
결국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특정 품목과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중국을 압도하거나 세계 산업을 주도할 위치에 있지 못한 상황이다.
진정한 한국경제의 차별화란 결국 중국을 압도하거나 세계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증시 차별화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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