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상승세 벌써 끝나나" ■ 1분기 GDP 성장률 1.3%수출 선전불구 수입급증에 성장기여도 낮아민간소비 늘었지만 설비·건설투자 뒷걸음질여름이 고비…성장률 年5%도 낙관 못해"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관련기사 1분기 성장률 급락 "이유 있었네" GDP 성장률 1.3% 1년만에 최저치 벌써 경기가 정점에 이른 것일까.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나 하향세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통상 지표상의 GDP 성장률이 실제 경기보다 1~2분기 정도 변화의 흐름을 빨리 반영한다고 볼 때 올 여름쯤이면 지표뿐 아니라 생산ㆍ소비 등 경기 전반이 정점을 지나 하강 곡선을 그릴 것임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정점 너무 빨리 왔나=정부와 한은은 내심 1ㆍ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로 1.5~1.6% 정도는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올 1ㆍ4분기 성장률이 1.6%로 연율로 환산하면 6% 수준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6% 내외를 예상했다. 뚜껑을 연 결과는 1.3%. 전 분기 대비 성장률 추세로 놓고 보면 지난해 1ㆍ4분기 이후 그려온 상승 곡선이 1년 만에 꺾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그나마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6.2%로 지난 2002년 4ㆍ4분기(7.5%) 이후 13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하지만 속은 그리 알차지 못했다. 이른바'담배 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현상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2004년 말 소매상들이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에 나서면서 2005년 초에는 담배 판매가 절반 수준으로 격감, GDP 성장률을 0.4%포인트나 갉아먹었다. 이에 비해 올 1ㆍ4분기에는 담배 판매가 정상 궤도로 돌아오면서 성장률에 도리어 효자노릇을 한 것이다. ◇여름이 고비=개별 항목들도 썩 달갑지 않은 내용들로 채워졌다. 우선 투자부진이 눈에 띈다. 건설투자는 주거용건설의 부진으로 전기보다 0.3% 줄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 투자가 줄어 -0.7%로 고꾸라졌다. 수출은 전기 대비 2.6%,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6% 증가하면서 선전했지만 수입이 워낙 늘어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전 분기 1.1%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낮아졌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대목은 민간소비. 지난해 4ㆍ4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하면서 1ㆍ4분기 성장을 이끌었다. 덕분에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전 분기 0.6%포인트에서 1.3%포인트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마냥 반가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로 수입단가는 계속 상승하는 반면 주력수출품의 단가가 떨어지면서 실질 무역손실이 16조3,879억원에 달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국내총소득(GDI) 증가율도 -0.1%(-1,520억원)를 기록해 1년 만에 뒷걸음질쳤다.'유가 상승→무역손실 증가→소득 감소→체감경기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현실화한 셈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올 여름 우리 경제가 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가상승과 환율의 급격한 절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정교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서두르지 않으면 성장률 5%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간 연구소의 한 선임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금처럼 처방전 마련에 소홀하다가 7월쯤 가서 또 다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나설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입력시간 : 2006/04/25 17:45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