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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25년 근속공로상 한상천씨
입력2003-10-28 00:00:00
수정
2003.10.28 00:00:00
신경립 기자
“지구 세바퀴를 돌아서 아이들 교육시켰죠”
올해로 25년째 노란 유니폼을 입고 동네 구석구석까지 야쿠르트를 전달해 주는 `야쿠르아줌마` 한상천(59)씨는 29일 한국야쿠르트가 25년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근속공로상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78년 34세의 나이로 성북구 장위동에서 야쿠르트아줌마로 첫발을 딛은 한씨는 “남매 공부를 시키기 위해서 처음에는 딱 10년만 일해야겠다고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회고한다. 7살, 4살이던 남매는 훌쩍 자라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가정을 꾸렸다. 한씨 역시 2년만 있으면 환갑을 맞이한다. 야쿠르트를 전달하게 위해 하루에 걷는 거리는 평균 12㎞, 25년간 쉴 새 없이 걸어온 거리는 지구를 세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가 됐다.
“10년이 지난 후에는 딱 25년만 근무해서 아이들 대학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뒷바라지를 마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을 할 차례”라는 한씨는 “앞으로도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내 힘으로 노후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한씨의 꿈은 소외되거나 가정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 남편의 운수업이 잘 풀리지 않아 그동안 경제적인 어려움도 컸다는 한씨는 “당초 꿈꿨던 노인대학 간판을 거는 일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간판은 달지 못해도 작게나마 내 집을 마련해서 노년에 부부간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이나 독거노인들이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자리를 갖는 것이 지금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요즘도 매일 홀로 사는 노인 3명의 말벗도 돼 주고 건강도 챙겨주는 “사랑의 야쿠르트`를 전달하는 한씨에게는 바쁜 와중에도 독거 노인들에게 딸 역할을 해 주며 지내는 시간이 인생의 또다른 보람이다. 최근에는 남편도 장위동에 슈퍼를 차리고 일을 시작해 꿈의 실현이 조금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본다.
한편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트리움에서 열리는 제33회 야쿠르트대회에서는 한씨 외에도 28명의 25년 근속공로상과 친절대상 2명 등 총 3,941명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된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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