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의 초석을 세운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정직ㆍ성실ㆍ근면의 대명사로 통한다. 인쇄업자이자 작가, 과학자, 박애주의자, 정치가, 외교관이었던 프랭클린. 한 뼘도 안 되는 명함의 공간은 그의 타이틀을 모두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로 탄생 300주년을 맞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저서는 그 동안 무수히 많이 쏟아졌다. 타임지 전 편집장인 월터 아이작슨의 2003년작 ‘인생의 발견’은 기존의 책과는 조금 다르다. 프랭클린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전하려 애썼다. 보스턴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프랭클린.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웠다. 인쇄소를 하던 친형 밑에서 도제로 일하다 17살에 필라델피아로 도망쳐 인쇄업자로 꽤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정치가, 외교관으로 몸집을 부풀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다. 저자는 성공을 위한 그의 각양 각색의 노력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그의 행동은 때로는 정직의 화신이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부지런한 인상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둘둘 말린 종이 뭉치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녔으며 프랑스 외교관 시절엔 검소하고 소박한 현자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털모자를 눌러 쓰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프랭클린의 이 같은 처세는 그의 명성에 결코 흠집만으로 남지 않는다. 독자 입장에선 오히려 별 볼일 없는 가난한 서민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프랭클린의 철학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일 수 있다. 저자는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프랭클린의 철학이 생명력을 발휘하는 이유를 민주주의자로서의 중간 계층의 미덕과 가치를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800여쪽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이 부담이 되지만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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