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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방학이 싫어요"

학원은 기본…각종 캠프에 어학연수까지서울 강남의 K초등교 6학년 서모(12)군은 여름방학이 즐겁지 않다. 오전에는 중학교 수준의 영어ㆍ수학 보습학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오후에는 태권도ㆍ미술ㆍ피아노학원까지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과잉 교육열이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을 빼앗고 있다. 오히려 서군의 경우는 평범하다. 원하지 않는 캠프와 어학연수로 방학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아이들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선행학습 시키자" 서울 삼성동에 사는 김모(39ㆍ여)씨는 이달 초 초등 5학년인 딸(11)을 여름방학 중 인근 대치동 M영어구연학원에 보내기 위해 대신 수강신청을 했다. 김씨는 "어학연수를 보낼 형편은 못되고 그렇다고 남의 아이보다 뒤지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원가에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이처럼 학과목 과외를 받으려는 초등생들이 몰리고 있다.중학교에서 학년별로 실시하고 있는 수행평가를 미리 겨냥하거나 다양해진 대학입시 특기자 전형에도 적응할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조금이라도 어릴 때부터 특기와 소질을 키워 미리 대비하자"는 학부모들의 극성이 또 다른 형태의 과외를 낳고 있는 것이다. ◇캠프ㆍ어학연수로 내몰리는 아이들 경기도 일산 B초등교 6학년 고모(12)군은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미국 뉴저지로 내키지 않는 어학연수를 떠났다. 스파르타식 속성 영어학교의 여덟시간 수업에 이어 주재원 자녀들이 다니는 '한국적응반'에서 국어ㆍ수학 과외 4시간을 받는다. 현지 학교의 스파르타식 수업은 '매일 여덟시간 강의, 한끼 식사' 의 한달과정 수업료만 2,000달러 정도(약 240만원). 극성스러운 한국 학부모들을 겨냥해 최근 곳곳에서 개설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경기도 파주시 N초등 3학년 김모(9)군은 지난달 만화ㆍ항공캠프를 2박3일씩 다녀왔다. 이번주부터는 6박7일 일정의 청학동 예절캠프와 2박3일의 교회수련회에 참가한다. 김군의 어머니 오모(36)씨는 "우리처럼 맞벌이 부부들은 방학 동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캠프생활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유전자검사에 체형교정까지 방학기간을 이용해 체형교정을 시키거나 DNA검사로 아이의 적성을 미리 파악하려는 학부모들도 많다. 이에 따라 대형 병원의 비만클리닉은 미리 예약한 아이들로 하루종일 북적이고 성형외과나 치과 등도 방학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DNA검사도 인기다. 아이의 진로를 일찌감치 정해주기 위해 유전자검사로 적성과 소질을 파악하는 것. 서울 강남의 DNA검사업체에 자녀의 DNA검사를 예약한 이모(37ㆍ여ㆍ서울 논현동)씨는 "주변에서 방학이 아이의 적성과 소질을 파악해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하는 기회라고 해서 이 업체를 찾았다"고 했다. 경기도 평촌신도시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이명주씨는 "방학이 되면 해외연수나 캠프를 떠나고 학원수업에 이리저리 내몰려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다"며 "학기 중보다 아이들이 더 고생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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