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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서경 벤처히트상품] (기고) 벤처기업의 성공이란
입력2003-06-29 00:00:00
수정
2003.06.29 00:00:00
김민형 기자
흔히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이 5%미만 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성공이라는 개념도 사실 애매하다. 개인에게 있어 성공이라는 단어 속에는 재력, 명예, 물질적인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 등이 포함돼 있다. 개인이 성공했다는 판단은 보통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결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는 좀 다르다.
기업은 죽는 순간에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기업이 죽는다는 것은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며 영속불멸의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렇다면 성공한 기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이라는 결론이 유도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에게 있어 성공이라는 단어는 목표를 이루어 가면서 얻어지는 현재 진행형의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벤처기업에게 성공이란 일단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해당 산업분야에서 회사가치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아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는 준비를 끝낸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는 주변의 도움 없이 넘어지지 않고 걷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다. 뛰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1년 전 산업은행에서 발표한 보고서가 흥미를 끌었던 일이 있다. 그 보고서에 보면 벤처기업의 성공요인에 대해 벤처기업의 경우 독창력 있는 기술보유(40%), 경영자의 사업능력(32%) 순으로 응답한 반면, 투자자들은 사업화 가능성 및 마케팅 역량(39.7%), 경영자의 사업능력(36.5%) 순으로 응답해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벤처기업은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독창력 있는 기술보유는 사실상 존재의 근거이며 필수적 요건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업화 해서 이윤을 창출하느냐 이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도 기술에는 천재였으나 경영에는 범재였기에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여기에서 두 번째 요인으로 응답한 경영자의 능력이 두드러지게 된다.
중국인들이 상성(商聖)으로 추앙하는 청나라 말기의 거상 호설암은 성격적으로 지나치게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모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사업을 하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벤처기업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기도 혹은 편협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런 지적은 특히나 벤처기업의 경영자가귀담아 들을 만하다.
사업화와 마케팅, 그리고 경영자의 능력이 개별기업의 노력으로 극복되어 질 수 있는 것이라면 문화적인 측면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무쇠는 망치로 세게 내려칠수록단단해지듯이 벤처는 실패를 먹으면서 크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따라서 실패를 용인해주고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일반기업들의 성공요인과는 구분되는 벤처만의 고유한 특성이 돼야 한다. 벤처기업도 리더십, 기업문화, 지식경영,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기업들의 성공요인으로 제시되는 특성들은 당연히 적용될 수 밖에 없다.
발명왕 에디슨은 2,000번에 가까운 시행착오를 거쳐 전등을 발명했을 때 `그 과정은 실패가 아니라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2,000 계단을 올라간 것일 뿐` 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요인이 한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다 통용되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벤처기업은 어느 정도 안정적 궤도에 접어든 기업보다 훨씬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실패의 요인들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성공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언제든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벤처기업들이 계속해서 성공해 나간다는 것은 우리경제의 활력을 높여 그 생명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신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고 여타부문에 전파됨으로써 경제 전체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벤처가 성공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꿈을 이루는 작업이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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