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저점의 의미가 크지 않다.” “체감경기는 내년 하반기 정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와 내년 한국경제의 진로를 가늠할 핵심 키워드다. 우리 경제가 최악의 국면은 지났지만 적어도 1년 이상은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한다. ◇경기흐름 ‘L자형’+‘U자형’=이번 전망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한은이 경기 저점 시기를 과연 언제로 보느냐 였다. 최근 광공업생산 등 몇몇 지표 개선으로 경기바닥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은 이 같은 기대감을 일축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대체로 2ㆍ4분기나 3ㆍ4분기 정도가 저점이 아니겠느냐는 판단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은 바닥에서 빠르게 올라가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저점의 의미가 크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경기 조기 회복론에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이는 성장률 지표 등으로 경기가 바닥권에서 돌아섰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회복 속도는 경제주체들이 체감하지 못할 만큼 더딜 것이라는 의미다. 전일 이성태 한은 총재가 “상반기 중에는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는 것을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한은은 올해 전기 대비 성장률이 1ㆍ4분기 0.2%, 2ㆍ4분기 0.5%에 이어 하반기에는 0.9%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한마디로 경기가 횡보할 것이라는 뜻이다. 나아가 한은은 내년에도 경기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오는 2010년 성장률 전망치는3.5%다. 김 국장은 “3.5% 성장은 올해 2% 이상 감소한 수준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제공급 규모나 잠재 성장 수준에서는 아직 상당한 갭이 존재할 것”이라며 “회복은 되지만 매우 느린 모양으로 체감경기는 내년 하반기 정도에나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상당기간 L자형과 U자형을 결합한 형태로 나타날 것 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주요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로 미국 -2.7%, 일본 -6.0%, 유로 -3.4%, 중국6.8% 등으로 제시했다. ◇올 경제지표 줄줄이 마이너스=한은은 소비ㆍ투자ㆍ수출ㆍ고용 등 대부분의 지표가 올해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 2007년 5.1%에서 지난해 0.9%로 급격히 줄었고 올해 -2.6%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카드사태 직후인 2003년의 -0.4% 이후 6년 만이다.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진데다 자산가격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업의 설비투자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2.0%로 2003년 이후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는 무려 -18.0%로 추락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힘입어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수출 격감은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은은 통관 기준으로 수출이 지난해보다 20.6%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별로는 수출 감소폭이 올해 1ㆍ4분기 -24.5%에서 2ㆍ4분기 -29.3%로 떨어지면서 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수출과 함께 수입도 크게 감소하는데다 해외여행 자제에 따른 서비스수지 개선으로 경상수지는 18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역시 심각하다. 한은은 고용인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ㆍ4분기에 14만명, 2ㆍ4분기에 19만명이 각각 줄어드는 데 이어 하반기에는 9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평균으로 13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국장은 “추경으로 늘어나는 일자리가 17만개 정도 되는 것으로 봤으며 그런 대책이 없었다면 취업자가 연간 30만명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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