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한국은행의 외화대출 만기연장 제한 철폐 및 수출환어음 매입 조건 완화 조치에 대해 '생색내기'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이 외화대출 상환기한 제한 조치를 없애더라도 은행권에 외화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외화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외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도 외화자산을 축소해야 하는데도 운용자금용 외화대출에 대해서 만기를 없앤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외화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외화대출로 빚어진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도 "한은이 스와프 경매를 통해 달러를 공급했지만 외국은행 지점들이 절반 이상 가져갔다"며 "은행들이 외화 부족으로 만기를 제대로 연장해주지 못하는 형편인데 상환기한 제한을 없애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외화대출의 상환기한을 최장 2년까지 연장해줬으나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자 최근 상환기간 제한을 아예 철폐했다. 한편 한은이 중소기업의 수출환어음 매입용으로 은행에 지원하는 외화대출의 신청조건 완화 조치도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은이 최근 은행의 중소기업 수출환어음 신규 매입분에 대해 외화대출을 해주기로 조건을 완화했지만 수출입은행 지원분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실제로 외화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은행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외화대출을 거부하면서 '한은의 규제로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핑계를 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풀었다"며 "은행들도 한은 탓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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