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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플레이트 칼럼] 비전 있는 지도자

인도-파키스탄 두지도자 리더십 갖춰야 갈등 해소현 상황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평화조약을 맺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국의 지도자라면 상대국과의 긴장관계를 고조시키기보다는 완화시켜야 할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왜 이 두 나라는 상호 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아 노력하지 않고 서로에게 포탄을 던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양국 정부를 지탱해주는 유권자들이 정부에 궤도 수정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억4,200만명인 파키스탄에서는 군부 지도자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조직적인 과격론자들의 눈치 살피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카슈미르 인근 지역의 이슬람 과격단체와 국가의 정규군에 속해 있는 그 혈맹자들로, 다름아닌 무샤라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정치 기반이기도 하다. 반면 10억명을 웃도는 국민 대다수가 힌두교도인 인도에서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의 정권이 이들 힌두교도의 반 이슬람 정서에 무조건 동조를 하고 있다. 결국 남아시아 지역이 중동지역에서 끝없는 분쟁을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똑 같은 갈등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긴장 상황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종종 종교의 차이가 지목되곤 한다. 실제 종교문제가 위기 상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유권자들이 신권(神權)과도 같은 힘을 누리고 있을 경우에는 세속적인 정치가 종교와 유사한 노릇을 하기도 한다. 비교적 넓은 지도자적 안목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조차 과거의 틀에 얽매인 시골 농부들에게 꼼짝 못하는 것이 좋은 예다. 자유무역 옹호자로서의 대외적 위상을 세우려는 미국의 경우 국제경쟁을 우려하는 노후 철강업체들과 농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정치적인 입장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남아시아의 위기상황은 정상 궤도를 벗어나 있다. 인도는 조만간 세계 최대 인구를 끌어안게 되는 점을 고려해서라도 종교적인 증오의 불을 지필 것이 아니라 경제를 최대한 발전시키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또 세계 최악의 빈곤국가중 하나로 꼽히는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집착과 인도에 대한 증오를 넘어서 보다 광범위한 야심을 키워야 한다. 국민들을 먹여 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를 파괴할 여유가 이들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책임은 각 정부에게 있다.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를 유지하고, 이에 따른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는 고도의 정치적인 수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지역은 지난 40년대의 유럽이 그랬듯이 점차 분쟁으로 말려들고 있다. 당시 유럽에는 히틀러라는 독재자가 존재했다는 변명거리가 있었다지만, 남아시아 지역은 그렇지 않다. 인도측이 아무리 무샤라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려 해도 이들은 엄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샤라프 대통령을 이집트와 이스라엘간 평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이나 고(故) 이츠하크 라빈 총리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사다트 대통령이나 라빈 총리는 둘 다 내국인에 의해 피살되는 운명을 맞기는 했다. 그들의 용기와 비전은 내국인 과격주의자들의 반발을 사 결국 이들의 죽음을 앞당기고 만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가 리더십의 불모지가 돼 버린 것은 아니다. 중국의 주룽지 총리는 세계적으로 추앙을 받는 본토 경제의 개혁을 일궈냈고, 말레이시아에는 해야 할 말은 할 줄 아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가 있다. 이슬람 과격주의자로 수 년 동안 서구 국가들의 야유를 받아 온 모하메드 총리는 과격주의자들에 대한 통제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이슬람권에서 가장 지각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또 싱가포르의 리콴유와 그의 후계자 고촉통 총리가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는 이들을 지역 평화와 국가의 안정된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에는 이렇듯 바지파이와 무샤라프 대통령이 스스로에 대한 척도로 삼을 수 있는 리더십의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그들은 자신들 뿐 아니라 자국 국민과 이 지역 전체와 세계를 우뚝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판 사다트 대통령이 되려면 아시아의 이스라엘로 먼저 발을 내디뎌야 한다. 과연 누가 역사적인 기회를 잡을 지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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