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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입력2002-10-17 00:00:00
수정
2002.10.17 00:00:00
매일 쳇바퀴처럼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칫 권태로움과 안일에 빠지기 쉽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때 차창으로 비치는 거리의 모습, 사람들의 행색, 상점의 간판, 밀리는 차량 등 언제나 변함없이 계속되는 주변의 모습이 우리의 삶을 지루하고 무겁게 만든다. 사무실을 향해 가는 길은 세갈래 길이 있다. 바다 옆을 지나는 해안도로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중앙도로, 또 산허리를 지나가는 산복도로가 있는데 자주 다니던 주도로를 벗어나 간혹 해안도로나 산복도로로 출근하노라면 전혀 새로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바다와 산의 풍경도 새롭거니와 거리의 사람, 상점의 간판, 심지어 공기까지도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아침뉴스 방송 대신 음악이라도 감상하며 가게 되면 답답하고 무거운 출근길이 산뜻한 꿈길처럼 변한다. 늘 다니던 길을 조금만 우회하면 비록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그곳에 새로운 거리가 있고 새로운 세상이 존재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통상 늘 다니던 길로만 오고 간다. 이는 태생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우리의 습관 때문이다. 운전하는 사람은 이 습관을 좀처럼 깨지 않으려 하고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으면 아마도 일년사철 지겹도록 한 길만을 오고 갈지도 모른다. 노선버스도 아닌데 좀 둘러가면 어떤가. 며칠 전에는 주말을 이용해 사무실 모양을 바꾸고자 했다. 늘 다니던 길이 지루해 새 길을 찾는 것처럼 항상 같은 모습의 사무실도 좀 바꿔보면 새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해서 테이블의 앉은 방향을 반대로 옮기고 벽에 붙은 그림, 천장의 조명, 창문의 커튼 그리고 낡은 집기 중 일부도 교체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면서 맞은 나의 새 사무실은 마치 한 장면이 끝나고 다음 장면이 전개되는 연극무대처럼 신선하고 찬란했다. 사무실 집기의 재배치 정도가 변화의 본론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자칫 가라앉기 쉽고 무미건조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될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이란 가만히 내버려두면 늘 되풀이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상이 되고 말지만 한번 생각을 바꿔 작은 변화라도 시도해보면 의외로 거기에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고 새로운 의미가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창조적 삶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신철<경남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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