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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분쟁과 창업자 정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가부장적인 유교문화를 몸으로 체득해 실천했다는 얘기들은 그의 인생 고비고비에서 묻어난다. 창업자는 지난 1915년 6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장남은 집안의 아버지`라는 원칙 아래 동생들을 챙기고 자녀를 교육했다. 셋째 동생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30대에 중병에 걸려 병원 침대에서 좌절감으로 몸부림치고 있었을 때 밤늦게 산삼을 들고 병원문을 두드리던 창업자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신영언론문화재단`은 한국일보 특파원 등을 지냈던 넷째 동생(정신영)이 독일 유학 중 급사한 후 창업자가 사재를 대 만든 것이다. 그는 조카이자 유복자였던 정몽혁 전 현대석유화학 사장을 끔찍이 아꼈다. 장자론은 2세들의 성장 및 분가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장남 몽필씨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자 “하늘이 나를 버렸다”는 말로 절망감을 표시했다. 지금은 쌍용가(家)의 며느리로 들어간 손녀 유선씨를 생전에 각별히 챙겼던 데서 그의 심정을 헤아려볼 수 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셋째 몽우씨의 장남 일선씨는 실질적인 장자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그늘 아래로 편입시켜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 일선씨는 지금 현대하이스코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5남인 정몽헌 전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사후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맡자 창업자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취득한 것도 “창업자의 손때가 묻은 회사를 다른 가문(현씨)에 물려줄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현 회장은 `국민기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기아자동차나 진로처럼 국내에서 국민기업이라는 용어를 들고 나와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지막 저항쯤으로 읽혀진다. 해법은 없을까. `창업자로 돌아가라`는 게 10여년간 창업자를 지켜본 관전자가 내리는 결론이다. 창업자가 `며느리`라고 해서 내치지 않았다는 전례를 신영씨의 미망인인 장정자 현대학원 이사장의 경우에서 읽을 수 있다. 명문가로 자리잡은 현대그룹이 더 이상 `비극의 집안`으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생존을 전제로 한 선택`이 고려돼야 할 것 같다. <정승량기자(경제부)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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