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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들어 심화됐던 은행 자금 쏠림 현상이 최근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펀드시장으로의 돈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어 시중자금이 은행에서 증시로 유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현재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단기성 예금통장인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예치된 개인 자금은 전월보다 1,190억원 하락한 11조4,084억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 은행이 유치한 초단기 금융상품인 콜론형 특정금전신탁(MMT)도 지난달에는 4,542억원 감소한 11조4,852억원을 기록하는 등 은행에 대기 중이던 단타 자금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시중 부동자금을 싹쓸이 해온 정기예금 역시 지난달부터 잔액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 4대 은행의 11월 정기예금 증가폭은 5,751억원(11월 말 잔액 276조8,204억원)을 기록, 10월 증가폭(6조9,030억원) 대비 12분의1 수준에 그쳤다. MMDA에 유치된 법인 자금은 지난달 2조9,781억원 늘었지만 이는 자금시장의 트렌드라기보다는 기업들이 연말연시 지출할 돈을 잠시 은행에 맡겨둔 단기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11월 중 7,580억원(11월 말 잔액 177조3,249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3ㆍ4분기 최악의 가계수지 적자를 겪었던 개인들이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급전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늘인 데 따른 것일 뿐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4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집단신용대출 제외)이 8,104억원 증가해 전월(2,668억원)보다 증가폭이 3배 이상 커진 점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비롯한 인기지역 고가아파트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국민은행의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달 0.3% 하락해 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주택시장의 침체상황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이탈한 부동 자금이 부동산이 아니라 증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최근 두바이 쇼크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해외 펀드 기피현상이 급격히 펴지고 있지만 국내 주식형에는 지난 한 달 동안 3,327억원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채권형펀드 시장에도 최근 들어 연일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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