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수세가 하락하던 코스피지수를 되돌려 놓으면서 앞으로 증시 버팀목이 될 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긍정적이지 않다. 수급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유입되는 프로그램 매수물량은 언제든지 매물로 돌아서 시장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전날보다 8포인트 이상 떨어져 1,290포인트마저 무너졌지만 이후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결국 전날보다 13.95포인트 오른 1,309.0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2,070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지수가 반등하자 프로그램 매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온 것은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지난 1일 기준 7,842억원으로 사실상 바닥 수준에 도달한 반면, 매도차익잔고는 2조2,031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기 때문이다. 매도차익잔고가 많아졌다는 것은 차익잔고가 청산되면 그만큼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게 된다. 오는 8일 트리플위칭데이(지수선물ㆍ지수옵션ㆍ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를 앞두고 대규모의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유입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통상 투자심리 불안으로 인해 증시에 충격을 주는 트리플위칭데이가 이번에는 지수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만기일을 앞둔 시장 움직임이 기대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나올 수 있는 실탄이 가득 장전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발사되는 총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매도차익잔고가 매수차익잔고보다 1조3,000억원 가량 많아 수급여건이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매도차익잔고가 이번 만기일에 청산되기 보다는 다음 만기로 이월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매도 압박도 거의 없겠지만, 그렇다고 대규모 매수물량 유입으로 지수가 견인될 여지도 없는 조용한 만기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애널리스트는 “증시의 기술적 반등에 따라 2일처럼 프로그램 매수가 일시적으로 유입될 수는 있지만, 이는 8일 만기일에 고스란히 매물로 나오면서 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높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차익거래의 주요 주체인 연기금이 당장 수익확보보다는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두고 있어, 시장 흐름이 개선되기 전에는 매도차익잔고를 청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선물시장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코스피200지수의 168포인트가 무너질 경우, 시장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장지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시장의 변동성이 고점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코스피200지수가 168을 하향 이탈한다면 시장 상황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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