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자금액 등 일정 조건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 ‘멀티클래스 펀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멀티클래스 펀드는 동일한 펀드 내에서 투자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수수료 체계의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는 상품. 현재는 거액을 예치하거나 펀드 오브 펀드용으로 투자할 경우 수수료를 낮춰주는 경우가 많으며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수료 혜택을 주는 클래스 등도 점차 선보일 전망이다. 수수료는 펀드 상품을 고를 때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다. 처음에는 차이가 미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효과로 인해 커진다. 자신의 취향이나 조건에 맞춰 수수료가 저렴한 클래스를 선택해 장기투자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단일펀드 내의 멀티클래스 펀드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투자기간이 길수록 펀드들의 수익률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클래스 펀드는 묵혀야 제 맛=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삼성투신운용의 멀티클래스 펀드인 ‘삼성우량주장기’의 경우 CLASS W의 1년 수익률은 41.61%인 반면 CLASS A의 수익률은 39.33%로 2.28%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했다. 1개월 수익률은 CLASS W가 2.54%, CLASS A가 2.39%로 0.15%포인트 차에 불과했지만 3개월 수익률 격차는 0.41%포인트, 6개월은 0.88%포인트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는 CLASS W가 랩어카운트용으로 만들어져 총보수가 연 0.79%에 불과한데 비해 CLASS A는 투자기간이나 금액에 제한이 없이 연 2.54%의 총보수를 받기 때문이다. PCA투신운용의 ‘PCA베스트그로쓰주식A1’도 펀드 오브 펀드용인 클래스F와 개인투자자용인 클래스A의 수익률 격차가 1개월 0.13%포인트에서 1년 1.79%포인트로,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안츠운용의 ‘Best중소형주식A-1’은 투자금액 50억원 이상에 적용하는 CLASS B에 대해서는 연 0.77%의 총보수를 부과하는 반면 투자금액 및 투자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Class A에는 연 2.24%를 부과해 클래스간 수익률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1%포인트도 쌓이면 크다= 투자 초기에는 수익률 1%포인트 차이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노후자금 등을 위해 수십년 투자를 하는 투자자에게는 큰 의미를 지닌다. 복리 효과를 감안할 때 매년 쌓이는 1%포인트가 수익률 차이를 크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멀티클래스 펀드 내에 연간 비용 3%짜리 클래스 A와 2%짜리 클래스 B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10년 후 두 클래스의 수익률 차이는 약 10%포인트에 달한다. 이 펀드가 연간 10% 수익률을 올린다고 하고 양 클래스 펀드에 1억원씩 투자했다면 초기 1년 뒤 클래스A는 1억1,000만원에 3% 비용을 뺀 1억670만원이 되고 클래스 B는 1억780만원이 된다. 양 펀드간 수익차는 11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 클래스 A는 1억9,672만원(누적수익률 97%)에 그치는 반면 클래스 B는 2억1,589만원(누적수익률 약 116%)으로 불어난다. 또 투자기간을 20년으로 잡는다면 클래스 A의 누적수익률은 289%, 클래스 B의 누적수익률은 366%로 수익률 격차는 79%포인트로 벌어진다. 박현철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멀티클래스 펀드의 경우 클래스별로 수수료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일 펀드로 운용돼 동일한 운용전략 및 포트폴리오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수익률이 다르다”며 “장기투자에 유리하도록 수수료체계가 만들어지는 만큼 오랜 기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수료, 비교하고 또 비교하라= 멀티클래스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클래스별 수수료 체계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펀드 약관이나 투자설명서를 읽어보고 수수료를 비교해봐야 한다.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www.amak.or.kr)의 전자공시를 보면 펀드별 수수료 비교를 손쉽게 할 수 있다. ‘보수 및 비용’ 비교 코너에 가면 관심있는 펀드 5개까지 수수료를 비교할 수 있다. 판매ㆍ운용ㆍ수탁ㆍ일반보수등 각종 보수율은 물론 기타비용을 합한 ‘총보수ㆍ비용비율(TER)’도 확인할 수 있다. TER가 높으면 그만큼 펀드운용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의미. 동일한 수익률이라면 TER가 낮은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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