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에 인수합병(M&A) 이슈가 모멘텀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상최대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게 된 기업들이 투자확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면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은 현대건설과 우리금융ㆍ외환은행ㆍ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한섬 등 중견기업을 포함해 10여개에 달한다. 이중 가장 관심이 높은 현대건설의 인수전이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맞대결 양상으로 굳어지면서 인수대상인 현대건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현대차ㆍ현대모비스ㆍ글로비스와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등 관련주들이 모두 급등세를 보였다. 인수전에서 경쟁상대인 양측의 주가가 모두 오른 것은 특이한 사례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대건설이 2대주주(지분 8.3%)여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차지할 경우 현대그룹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지분의 추가확보에 나서야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글로비스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글로비스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많은 데, 만약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건설자회사인 엠코와 합병한 뒤 상장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엠코의 대주주인 글로비스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외에 우리금융에 대한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한섬은 SK네트웍스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수설이 나돌고 있다. 앞서 쌍용차는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절차를 본격화 하면서 최근 주가가 강세로 돌아섰다. 최근 M&A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확보한 풍부한 현금을 사업확장 차원에서 M&A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M&A를 통해 경기회복 국면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는 관심이 상장사들의 실적에 집중되고 있지만 연말 이후 실적증가세가 주춤할 경우 M&A 이슈가 새로운 증시 모멘텀으로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염동찬 동부증권 연구원은 “M&A 이슈는 단기적으로는 피인수기업에 긍정적이고 이후에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모두에 긍정적인 흐름으로 나타난다”며 “M&A 이슈는 분명 증시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 들어 호남석유화학이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한화케미칼은 중국의 솔라펀파워를 각각 인수했는데 이후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M&A 이슈가 부각되면서 ‘세금족쇄’가 풀린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스팩 합병시 합병차익에 대해 금납부를 일정기간 연기해 주기로 하면서 연말부터 스팩을 통한 M&A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M&A의 조심스러운 재개는 기업들이 확장 쪽으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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