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등으로 줄줄이 중단… '라 보엠'등 수억원 매출 손실<br>비상 상황 대처능력 부족에… 공연계 신뢰도 악영향 우려
| 호두까기 인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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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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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업계 최대 성수기인 연말. 그러나 화재, 장비결함 등 각종 사고로 공연들이 잇달아 파행을 겪으면서 업계의 재정적인 피해는 물론 관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업체들의 비상 상황 대처능력 부족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공연계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 연말 공연업계 줄줄이 매출 손실
지난 12일 국립오페라단이 기획한 ‘라 보엠’ 공연 중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 발생한 화재로 다음 차례인 국립발레단이 날벼락을 맞았다. 20일부터 총 13회 공연 예정이었던 ‘호두까기인형’을 부득이 취소해야 했기 때문.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호두까기인형’의 취소로 16,000매의 예매 티켓을 환불 조치, 잠정 손해액은 7억 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정기 공연으로 준비한 ‘호두까기인형’은 결국 24일 서울 열린극장 창동(2회)으로 무대를 옮겼다. 국립발레단은 공연장 시설 상태 등을 고려해 티켓 가격을 전석 1만 원으로 책정했고, 티켓수익은 모두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할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의 피해도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소된 3회 공연으로 인한 매출 손실만 4억원이 넘는다.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9회 공연을 예상해 개런티 등 제작비를 평소보다 40% 정도 늘려 잡았다”며 “또 배우 개런티는 취소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13일에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음향 장비 문제로 공연이 중단됐다. 공동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와 매지스텔라는 이날 관람객들에게 환불하거나 다른 날짜의 공연으로 변경해줬다. 이로 인해 약 2억 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 신뢰도 추락으로 악영향 줄 수도
공연 취소로 인한 매출 손실보다 관객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연업체들은 비상 상황에 대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예술의전당은 적절치 못한 화재 상황 대처로 인해 관객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불이 난 뒤 5분 동안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고, 객석의 관객들에게 대피 안내 방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연을 관람한 이연 씨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관계자들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불안한 마음에 앞으로 공연장을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글을 남겼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도 공연 중단 상황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상황을 안내하는 아나운서가 부적절한 행동으로 관객들을 자극한데다 경호, 안내 직원들도 사고 이후 무성의한 태도로 관객들의 화를 돋우었기 때문.
게다가 자막의 오타, 평지에 일렬로 배치한 VIP석의 시야 제한 문제 등 공연의 질을 문제 삼는 관객평이 늘어나면서 일부 예매 티켓이 취소되기도 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연장과 제작사에 대한 관객의 신뢰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관객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공연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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