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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소년의 꿍심

제9보(201~276)


우변의 백이 패에 목숨을 의탁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한 순간, 사실은 백의 패배가 결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구리는 입에 들어온 승리를 도로 뱉어내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이게 바로 패의 관성이라는 것이지요.” 서봉수9단의 설명이다. 패가 발생하면 대국 당사자들은 패의 메커니즘에 몰입한다. 팻감을 쓰고 패를 따내는 연속 동작에 빠진다. 팻감을 쓰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또 하나의 사건을 소홀히 여기기 쉬운 것이다. 패를 써나가면서 천야오예는 또 하나의 노림을 암암리에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리는 패의 관성에 빠져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차이가 이 바둑의 최종적인 결과를 결정하게 되었으니…. 사건의 장소는 우상귀였다. 문제의 시점은 흑27을 두기 직전. 여기서 구리는 패의 관성에서 깨어나 승리의 열매를 깨물어 확실하게 목구멍으로 넘겨야 했던 것이다. 그 승리의 수순은 참고도의 흑1 이하 11이다. 이것으로 흑의 무난한 승리였고 구리는 우승컵과 2억 5천만원의 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승부의 신은 소년 천야오예의 손을 들어 주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으니…. 백이 42로 새로운 패를 시작하자 구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흑47이라는 수치스러운 손해팻감, 53이라는 손해팻감을 쓰며 필사적으로 버티었으나 이미 때가 늦어 있었다. 소년 천야오예의 꿍심이 쾌걸 구리를 또 한 차례 메다꽂았다. 놀랍게도 천야오예는 2연패 이후에 2연승을 거두고 5번기의 향방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5,11,17,23,29,37,63,72…2의 아래. 8,14,20,26,34,60,70…2. 46,52,57…42. 49,55…43. 69…67의 아래) 276수 끝.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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