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할인율 인하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7일 재할인율을 전격 인하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진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줘 글로벌 신용경색을 완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도 일단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미 증시가 급등한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급등보다는 지난 며칠간의 폭락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심리적 안정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재할인율 인하 발표로 인해 지난 며칠간 급락세를 보여왔던 국내 증시가 다소 안정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경색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반등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조홍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재할인율 인하 소식은 최근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던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재료”라며 “투자 심리가 호전될지 여부는 향후 미국 증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진단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국내 증시 역시 추세 상승 쪽으로 분위기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6월부터 순매도로 돌변해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무려 10조9,015억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조7,53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따라서 재할인율 호재만으로 추세 반등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다 이달 말부터 신용거래 만기일이 다가온다는 점도 이번주 증시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가 상위권인 9개 주요 증권사들의 담보부족계좌는 현재 4,371계좌로 금액은 총 337억원 정도에 달한다. 이들 계좌는 개인들의 순매수 금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주가 급락으로 증권사들이 만기일이 도래하는 20~21일 반대매매에 적극 나설 경우 자칫 주가하락의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주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지나치게 급락했다는 점에서 최근 매수를 강화하고 있는 기관과 개인 세력에 의해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할인율 인하 효과로 인해 국내 증시가 1,700선 정도까지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그 이후 다시 상승전환 여부를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재할인율 인하는 일종의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시장을 테스트하는 차원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연방금리 인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재할인율 인하 자체는 미국 정부의 신용경색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어서 일단 증시는 최근 조정을 하한선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증시도 투자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해 추세 반등까지는 힘들더라도 일시 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쇼크에 의한 급락을 진정시키는 방안이 제시됐기 때문에 폭락에 따른 충격을 딛고 투자심리를 복원하는 일시적 반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엔캐리 자금 청산, 그리고 이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세 진정 여부를 거친 후에 추세 상승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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