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내 인생의 스승이자 절친했던 동업자였지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루시앙 클레르그(사진ㆍ72)는 피카소와 얽힌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영혼의 자유를 구속받지 않기 위해 기관이나 단체에 소속하지 않았다는 클레르그와 피카소의 운명적인 만남은 1953년 프랑스 아를(Arles)에서 열린 투우 경기장에서 이뤄진다. 일흔을 넘은 피카소와 열아홉 피끓는 청년 클레르그는 누드와 투우를 좋아해 서로 통한 것. 그는 “당대의 거장이었던 피카소를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며 “피카소가 후에 장 콕도를 소개해 줬고, 그들의 초상을 찍게 되면서 나는 ‘잘 팔리는’ 작가가 됐다”고 웃었다. 피카소와의 친분은 그를 예술과 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안겨준 셈이다. 그가 피카소의 초상을 처음 찍게 된 것은 1955년 11월 피카소의 집에 초청을 받았을 때. 그는 “피카소가 ‘지금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진가지만 이제부터 네가 최고가 될 것”이라며 “‘우리 둘이 같이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더니 ‘나를 찍어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1년까지 10여년간 그가 찍은 흑백 피카소 인물 사진은 지금까지도 수입에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피카소는 그의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가 된 셈이다. 피카소가 인정했던 그의 작품은 1961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이름을 날렸다. 그는 1969년 세계적인 사진축제인 아를국제사진축제를 만든 주역이며, 1983년 아를 국립사진학교를 만들어 후학을 양성하는 등 사진예술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3년에는 프랑스에서 최고의 명예로 여겨지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훌륭한 작가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김영섭사진갤러리에서 10월 24일까지. (02)733-6331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