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기습적인 폭락으로 장중 1,100선이 무너지는 처지로 내몰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에서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폭락세가 발생, 투자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2일 증시의 ‘기습 폭락’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위축 우려가 한꺼번에 교차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증시 주변에는 유럽은행 시스템 위기 우려와 함께 해외 증권사의 국내 코스피 시장 하향 조정, 그리고 정부의 건설경기대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이와 함께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매도 출현도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날 악재에도 불구하고 낙폭에 대해서는 ‘과민반응’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변동성 괴물’이 꿈틀대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투자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때 8% 이상 대폭락=이날 코스피지수는 오전까지만 해도 전날 뉴욕증시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점심 이후 갑자기 분위기가 돌변하면서 올들어 아홉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장중 한때 8% 넘게 하락했다가 장 막판에 연기금 등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날에 비해 61.51포인트(5.14%) 떨어진 1,134.59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이날 도이체방크가 코스피 목표치를 1,020포인트로 낮췄다는 소식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 은행들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보낸 점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이와 함께 국내의 경우 지난 19일 금융안정대책에 이어 전날 발표된 건설시장 대책이 결과적으로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도 급락요인으로 지적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늘 갑작스레 증시가 폭락한 것은 새로운 대형 악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IMF의 ‘유럽은행 우려’ 지적 등에 대해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대내적으로는 전날 건설대책에도 불구하고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 데 따른 실망세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팔자’에 ELS 매도물량 겹쳐 대형주 폭락=이날 하락의 특징은 대형주들의 폭락세에 있다. 포스코가 7.79% 급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가 14.21%나 폭락했고 현대중공업 역시 12.42% 빠졌다. 삼성전자는 한때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2.12%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이닉스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쳤고 LG디스플레이와 우리금융 등도 10% 넘게 급락했다. 이 같은 대형주들의 급락은 외국인의 매도세 증가와 함께 특정 주식이나 지수와 연계된 ELS의 매도물량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이날 투자주체들의 움직임을 보면 개인은 3,372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기관계는 프로그램 매수세를 바탕으로 30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이 이날 3,627억원어치에 달하는 물량을 쏟아내면서 지수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ELS가 수익을 내도록 유지된 일정 수준의 주가가 무너지면서 매도가 커진 것도 이날 폭락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지기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며 대형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ELS 청산을 위한 매도물량이 많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펀드 로스컷(손절매) 위험도 높이는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닥은 오리무중…낙폭 커 단기 반등 줄 수도=이번주 들어 비교적 안정을 되찾는 듯하던 증시가 갑작스레 폭락하면서 증시 하단에 대한 추정도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수그러들 것만 같았던 증시 변동성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셈이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심리적인 패닉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려워 신중한 투자 자세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도 기대되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차적인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2차적인 실물경제 위축 쇼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시장이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세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1,320선까지는 어렵지 않게 기술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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