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600㎞ 떨어진 오울루. 자작나무 숲속에 있는 휴대폰연구소는 지난 1990년대 미국의 수요불황기 때 제지ㆍ펄프 등 기존사업을 매각하고 8년 만에 휴대폰시장 1위에 오른 노키아의 심장이다. 이곳을 기반으로 노키아는 1991년 세계 최초로 GSM 방식의 디지털 휴대폰 상용화에 성공, 유럽시장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글로벌 이동통신 업체로 성장했다. 반면 코닥은 같은 시기 변화의 흐름을 놓치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며 주력상품인 필름ㆍ카메라시장이 잠식됐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수익성 하락의 고배를 마셨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할 정도의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코닥은 이렇게 미래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정부가 개별기업 구조조정과 성장전략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그것도 산업 관련정책 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경기침체기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분석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기침체기를 벗어난 글로벌 기업의 공통점은 구조조정과 선제 투자”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과잉 유동성 문제를 풀기 위해 시중자금의 물꼬를 틀어 기업투자를 유인하는 다양한 방안을 만들고 있는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기업의 선제 투자를 에둘러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재정부가 이날 소개한 두 일본 기업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재정부는 경기침체 시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일본이 과거에 겪었던 ‘잃어버린 10년’ 동안 캐논과 산요가 각기 대응했던 전략이 우리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1990~1999년 일본의 복합불황기 동안 캐논은 핵심역량과 관련 없는 태양전지 사업 등을 과감히 철수ㆍ매각하는 대신 중소형 디지털 복사기와 보급형 DSLR(렌즈 탈착식) 카메라 개발에 집중하며 고성장을 일궈냈다. 반면 산요는 가전과 오디오ㆍ비디오(AV)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액정표시장치(LCD)ㆍ디지털카메라 등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수익성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5년 현재 캐논과 산요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5.5%와 1.6%로 1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2000년 들어서는 애플과 컴팩이 좋은 비교 대상이라고 재정부는 분석했다. 애플은 아이팟을 MP3시장과 동시에 음원시장을 개척하며 가격경쟁의 틀을 벗어났지만 컴팩은 무모한 가격경쟁으로 결국 2002년 HP에 합병되며 사라졌다. 재정부는 “기업은 물론 정부 역시 경기침체 이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설비,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해 기업이 비핵심사업 부문을 적극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신속ㆍ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기업활동의 어려움인 노사관계 선진화와 안정화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글로벌 기업 구조조정에서 ▦기업ㆍ정부 모두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로드맵 수립ㆍ실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펀더멘털 강화 ▦차별화된 사업모델 창출 등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과잉 유동성 해소와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녹색성장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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