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출시한 우리은행의 오렌지정기예금은 1년 만에 만에 21만8,372계좌에 6조5,807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예금은 금리를 3개월마다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해 변동시키는 상품으로 기존 정기예금상품이 가입 당시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데 비해 실세금리를 반영함으로써 금리 상승기에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매력 때문에 시중의 돈을 빨아당기다시피 했다. 1년에 175가지나 쏟아지는 은행 상품 가운데 시장에 나오자마자 사라지는 상품도 부지기수다. 생존한 상품도 3~4년의 평균 수명을 살다가 다음 세대 인기상품에 밀린다. 국민은행의 ‘캥거루 통장’,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우리은행의 ‘오렌지정기예금’ 등은 각 은행이 자랑하는 베스트히트 금융상품이다. 그러면 금융상품 가운데 베스트 상품의 비결은 무엇일까. 각 은행 상품개발 담당자들은 “금융시장의 트렌드와 고객의 마음을 잘 읽은 상품이 흥행에 성공한다”며 “경쟁은행과 차별화된 개념으로 상품을 만들어야 꾸준히 팔리는 효자 상품이 된다”고 말했다. ◇고객의 입맛에 맞춰라=베스트히트 상품의 공통점은 다양한 고객층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상품’이라는 사실이다.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틈새시장을 겨냥한 상품들이 성공한다. 국민은행의 ‘KB시니어웰빙통장’은 은퇴를 앞둔 중장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으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사회 트렌드와 경제력 있는 중년층 이상의 금융 니즈를 적절히 반영한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시니어층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고금리 확정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 금리우대 및 각종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 상품 개발을 위해 콜센터를 통해 662명의 고객에 대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우리은행의 ‘미인통장’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 상승과 구매력을 고려한 여성 전용 통장이다.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한 인터넷 전용 상품인 ‘e-클릭통장(SC제일)’ ‘e-좋은 프라임대출(외환)’ 등은 저금리 시대에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자 하는 젊은층 고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름이 튀어야 한다=요즘은 상품 이름도 잘 지어야 한다. 예전에는 ‘정기예금 ○호’ ‘○○ 대출’ 등 딱딱한 이름을 썼지만 지금은 ‘부자 되는 월급통장’ ‘돌려드림론’ ‘YES 레저피아 정기예금’ ‘사촌(社村)통장’ 등 톡톡 튀는 이름을 달아야 고객의 시선을 잡아 끈다. 직장인은 정기예ㆍ적금뿐 아니라 카드ㆍ펀드ㆍ방카슈랑스 고객이라는 점에서 최근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급여통장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탑스 직장인 플랜 저축예금’을 출시, 14만9.557계좌에 910억원을 끌어 모았다. 급여이체에 따른 각종 수수료 면제와 금리 우대 등이 장점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직장인 우대통장’과 ‘부자 되는 월급통장’ 등을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공학의 발달로 파생ㆍ복합예금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회전식정기예금인 ‘오렌지예금’이나 외환은행의 ‘통화스왑외화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디어 상품이 뜬다=독특한 아이디어형 틈새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돌려드림론’은 지난 6개월간 연체가 없고 대출 평균 잔액이 300만원 이상인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최고 납입이자의 10%를 되돌려 주는 상품이다. 고객의 필요에 따라 마이너스 대출 상환,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일시상환, 리볼빙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외환은행의 ‘이영표 정기예금’이나 우리은행의 ‘아이러브 박지성 정기예금’처럼 독일월드컵을 활용한 다양한 축구 관련 예금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금융상품을 연결시킴으로써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홍석철 국민은행 수신부장은 “고객의 니즈는 금융환경의 변화와 함께 계속 바뀐다”며 “고객의 니즈 변화에 맞는 상품을 적시에 내놓는 것이 히트상품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유유정 신한은행 상품개발실 과장은 “목표 고객을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특화된 상품을 내놓은 것이 금융상품 개발의 트렌드”라며 “앞으로도 특정한 계층을 분리해 타깃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들이나 테마형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