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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억제하면 정자의 質 나빠질 수도”
입력2003-07-02 00:00:00
수정
2003.07.02 00:00:00
박상영 기자
배우자의 배란기가 돌아올 때까지 섹스를 억제해도 정자의 질은 좋아지지 않으며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불임치료를 받는 남자에게 정자 샘플 채취 전 2~7일 동안 섹스를 삼가도록 한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엘리아후 레비타스 박사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생식-태생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정기적으로 생식기능검사를 받고 있는 남자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 1~14일 동안 섹스를 억제했을 때 평소 정자 수가 부족한 남자는 정자 수가 증가했으나 정자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으며, 생식기능이 정상인 남자는 정자의 양과 질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험 전 이들 중 4,500명은 생식기능이 정상이고 나머지는 정자수가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정자 수 부족 남자들은 섹스 억제 기간이 길수록 정자의 수는 늘어났으나 정자의 질은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섹스 억제 2일째부터 운동성이 강한 정자(motile sperm)의 수와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해 6일째 최저에 이르렀으며 그 후에는 더 이상 변화가 없었다. 이밖에 기형 정자의 비율도 섹스 억제 며칠 후부터 증가했다.
레비타스 박사는 이 결과로 미루어 불임치료를 받고 있는 남자들의 경우 섹스억제 첫 이틀동안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그 이유는 인공수정에는 질이 매우 좋은 정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생식기능이 정상인 남자는 섹스 억제 후에도 정자들의 운동성에 변화가 없었으며 다만 섹스 억제 11일째부터 기형 정자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으나 그 수가 대수롭지 않기 때문에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고 레비타스 박사는 밝혔다.
일부 학자들은 섹스를 억제하면 정자의 양이 늘어나고 따라서 사정되는 정자의 수도 많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국 킹스대학 생식생물학 교수 린 프레이정 박사는 “양과 수는 늘어나지만 질은 저하된다. 묵은 정자보다는 신선한 정자가 낫다”고 주장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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