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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산업
입력2002-10-28 00:00:00
수정
2002.10.28 00:00:00
불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산업분야가 있다. 국가경제로 볼 때 효자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도 극성맞게 벨 소리가 요란한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란다. 세계 핸드 폰 시장은 지난해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다. 그런데 한국산 핸드폰은 지난 3분기 동안만 해도 67억 달러 어치를 팔아 무려 41.5%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예측으로는 올해 최초로 수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 정도면 가히 효자산업이라 할만하다. 수출비중도 지난해의 4.7%에서 5.7%로 높아졌다. 산업 불모지대에서 가발이나 목재 같은 '원시 제조업'이 효자 노릇을 했던 시대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감동이다. 중국에서 만난 한 친구는 한국의 모 회사 핸드폰은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갖고 싶어하는 인기 1위라고 전한다. 세계 생산량의 3할 대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자체 브랜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을 짐작할만 하다. 30년 전 중동건설업은 우리에게 효자산업이었다. 오일 쇼크로 흘러 들어간 달러를 엄청나게 벌어 들였다. 하지만 그 대종은 임금이었다. 알짜로 돈을 번 쪽은 기술과 설계를 팔아먹은 서구의 기술산업분야였다. 당시 나는 중동에 취재를 갔었던 일이 있었다. 그 때 현장에서 만난 공사현장의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뜨거운 사막에서 수 천명이 개미처럼 일하고 몇 백만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미국이나 구라파 애들은 설계도면 하나로 그 몇 배씩을 받아간다. 이렇게 달러를 버는 것도 한 때다. 이제는 고부가가치의 기술산업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아마도 이런 원념들이 농축되어 산업구조를 바꿔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떨어지는 이익보다 시장경쟁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알짜라는 인식이 일구어 낸 산물이다. 지금 우리의 5대 '효자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선박 휴대폰으로 바뀌어 있다. 세계 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예측의 기조는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내년에 5%를 넘는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선거 때가 되어서 나온 숫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성장을 해야 산다'는 명제는 우리에게 아직 유효하다. 미증유의 취업난을 해결하는 것은 사회정책이 아니다. 새로운 효자산업을 길러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21세기 유망산업으로는 일렉트로닉스 정보통신 광(光)산업 바이오 환경 에너지 의료기기 등을 꼽고 있다. 야바위 판 같은 금융 쪽이 판을 치는 산업 세계를 압도하는 신 산업의 충격이 있었으면 좋겠다. 손광식(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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