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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화려한 재기’

존 댈리(38ㆍ미국)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루크 도널드(27ㆍ영국)와 크리스 라일리(31ㆍ미국)가 차례로 버디 퍼트를 놓쳐 그에게 우승 트로피를 헌납한 순간, 댈리는 그의 인생 같았던 마지막 라운드의 긴장에서 비로소 풀려난 듯 얼굴을 가렸다.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 코스(파72ㆍ7,607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뷰익 인비테이셔널(총상금 450만달러). 댈리는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초반 더블보기에 이은 기복 심한 플레이로 수 많은 선수들의 추격을 허용했고 마지막 홀 세 번째 샷 실수로 버디를 놓쳐 10언더파 278타의 공동 선두가 됐다. 18번홀 그린 주변을 에워싼 수 천명 팬들의 입에서는 실망의 탄성이 흘렀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 그린을 노린 두 번째 샷이 짧아 볼이 벙커에 떨어졌을 때는 그 실망이 최고조에 달했다. 91년 PGA선수권 우승으로 일약 스타가 된 뒤, 또 95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이후에도 반복됐던 술과 폭력, 이혼과 결혼으로 얼룩진 인생을 잔디밭에 펼쳐 놓은 듯했다. 하지만 댈리에게는 세 번의 이혼과 몇 차례의 알코올 중독 치료, 지난 여름 네 번째 아내가 첫 아이를 낳은 지 닷새 만에 약물 중독과 도박혐의로 기소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험한 삶에서 길러진 `내공`이 있었다. 댈리는 핀 30야드쯤 되는 벙커에서 망설임 없이 샷을 날렸고 볼은 홀 오른쪽 5㎙정도에 떨어졌다가 경사를 타고 굴러 10㎝에 붙었다. 가볍게 버디 성공. 그의 저력에 질린 도널드와 라일리는 각각 1.8㎙와 1.5㎙의 비교적 손쉬운 퍼트를 잇따라 놓쳤다. 이로써 댈리는 95년 브리티시오픈 이후 8년6개월 22일 만에 PGA투어 정상에 올라 86만4,000달러의 우승상금을 챙겼다. PGA투어 통산 5승째. 세계랭킹 299위의 `악동 댈리`는 이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며 인생에서도 우승할 꿈을 꾸게 됐다.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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