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타결이 꼭 불가능한 것 같지는 않다.”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마무리한 뒤 김한수 우리 측 수석대표가 내놓은 총평이다. 김 대표는 “EU가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빨리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타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3차부터는 쟁점 분야를 놓고 본격적인 밀고당기기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사안을 무조건 쉽게만 볼 일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3차 협상을 하기 전에 양측이 제시하기로 약속한 7년 이내 공산품 관세철폐 안도 그렇고 관세철폐 시기를 못박지 않은 250개 품목의 시기를 확정하는 문제 모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지치기는 끝났다=양측은 무역구제ㆍ반덤핑ㆍ분쟁해결ㆍ금융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합의를 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들 분야는 당초부터 순항이 예고됐었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FTA에 따른 관세철폐로 산업피해가 있을 경우 양자 세이프가드(수입제한)를 발동하는 데 합의하고 긴급할 때는 임시 세이프가드도 할 수 있게 했다. 한미 FTA에서 논란이 됐던 양자 세이프가드의 재발동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고 반덤핑 분야에서는 제로잉(zeroing) 금지, 최소관세 부과 원칙, 공익조항 등을 협정문에 포함시키는 데 합의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금융기관의 임원ㆍ이사 국적제한을 철폐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EU가 동의했다.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권역별 자율규제기구가 현지에 진출한 상대국 금융기관에 대해 비차별적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데도 합의했다. 현지 진출 우리 금융기관이 현지의 지급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문제는 전향적으로 의견을 일치시켰다. 또 통신서비스에서 EU 측은 우리가 특별히 받아주기 어려운 사항을 요구하지 않았고 정책 투명성 부문도 한미 FTA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전자상거래도 특별한 문제가 없고 경쟁정책 역시 양측의 입장이 비슷해 이들 부문의 협상은 잘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때문인지 2차의 속도만을 놓고 볼 때 연내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협상단 내부에 존재한다. 실제 한미 FTA 2차 협상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수 분과에서 실질적이고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냈고 많은 분야에서 양허안 제출 시기, 명료화 작업 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관심 갖는 EU=우리 측의 최대 관심사안 중 하나인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 EU는 상당히 성실한 모습으로 관심을 가졌다는 평가다. 당초 우리 측은 개성공단에 대한 한국산 인정에 대해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성은 우리의 관세주권이 미치지 않아 국제법에 따라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EU 측 협상단은 ▦실제 개성공단이 운영되는 시스템 ▦생산되는 품목, 통관절차 등에 대해 상세히 질문했다. 실무적으로 어느 때든지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게 우리 협상단의 설명이다. 다만 김 대표는 “그렇다고 속단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민감품목의 입장차는 여전…3차부터 본격화=하지만 전체적인 큰 틀과 자동차 등 핵심 쟁점에서는 대립했다. EU 측에서는 우리 측 안이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이미 무관세화된 품목과 7년 이상 장기 철폐품목 등을 제외한다면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우리 측의 입장이다. 최대 쟁점인 자동차와 관련해 양측 모두 관세철폐에 비관세장벽을 연계시키는 조건부 제의를 없애기로 했다. 그렇다고 비관세장벽 철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또 양측이 상품양허안 수정안을 3차 협상 전에 교환하기로 했지만 기타로 분류된 250개의 농수산물 품목의 관세철폐 시기, 그리고 7년 이내로 관세철폐 기한을 확정해달라던 공산물의 양허 내용은 앞으로 큰 이슈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2차부터 쟁점이 됐던 지적재산권 강화 문제와 서비스ㆍ투자 부문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양측은 2차 협상을 끝내면서 오는 9월 3차 협상 전에 수정 상품양허안을 교환하기로 했다. 우리 측은 금융ㆍ투자 양허안을 제출하기로 했으며 명료화 작업과정에서 답변을 듣지 못한 내용들은 문건으로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차 협상에서는 수정 상품양허안을 기초로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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