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대란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비정규직법 개정의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가 노동계와 야당은 물론 여당마저 외면하고 있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정치권의 막판 절충이 없을 경우 오는 7월 고용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기권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29일 비정규직법 브리핑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정부 개정안에 아무런 입장변화가 없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안에서 추가하거나 보완하는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7월의 고용대란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고용기간 적용의 2년 유예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방점은 정부안에 있다”며 반대입장을 시사했다. ◇현 비정규직법으로는 비정규직 감소 효과 작아=이날 노동부가 기존 정부안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현 비정규직법을 더 시행해보자는 노동계의 주장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지난 2007년 7월 법이 시행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감소하고 정규직이 증가해 비정규직법의 긍정적 효과가 상당하다고 평가해왔다. 실제 비정규직은 2007년 8월 전체 임금 근로자의 35.9%(570만명)에서 지난해 8월 33.8%(544만명)로 2.1%포인트 줄었으며 정규직은 64.1%에서 66.2%로 2.1%포인트 증가했다. 법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해 올 7월부터 실질적인 영향이 발생하는 만큼 시행을 더 해보고 고칠 것은 고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지난 2년 동안 비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든 것은 비정규직법보다는 경기의 영향이 컸으며 정규직 근로자가 증가한 것 역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는 공공기관 등이 정규직 전환을 주도했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법의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기간 연장해야 비정규직 고용안정”=노동부는 현 비정규직법의 문제에 대해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4개월인 데 비해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해 법이 실직을 조장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4년으로 늘리면 법 때문에 실직하는 경우를 상당수 줄일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도 4년간 숙련된 근로자를 내보내는 것이 쉽지 않고 대신 정규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조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고용기간을 폐지하거나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노동부 조사에서는 폐지ㆍ연장이 43.3%, 현행 유지가 39.5%였으며 올 1월 서울경제신문 조사에서도 기간연장이 43.6%, 연장 반대가 38.1%였다. 더 큰 문제는 현 비정규직법이 기업의 고용비용을 높여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법에 의한 정규직 전환 시점이 다가올수록 정규직 전환보다는 대체사용ㆍ외주화는 물론 아예 해고한 뒤 뽑지 않아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면 비정규직이 양산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차별시정제도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4년 연장이 고용대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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