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호가 예측했던 바로 그 수단을 구리는 지체없이 연출했다. 백32로 이단젖힘하는 이 강수. 흑으로서는 응수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최강수라면 참고도의 흑1로 몰고 3으로 버티는 길이지만 백4 이하 8로 패가 난다. 이 코스는 아무래도 흑편에서 부담이 크다. 그렇다면 36의 자리에 가만히 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지나친 굴복 같다. 망설이던 송태곤은 상변을 몽땅 내주고 우변 백대마를 공격하는 가감한 작전을 선택했다. 흑33, 35가 그것이었다. 백36이 놓이자 상변의 임자가 바뀌었다. 내친걸음이므로 송태곤은 37로 틀어막고 보았는데…. “이건 모험입니다. 내 팔뚝을 떼어주고 적의 심장을 노린다는 것이지만 당장 출혈이 너무 큰데요.” 검토실의 양재호가 고개를 흔든다. 상변은 현찰이고 우변은 어음이라는 얘기였다. 흑41은 예정된 수순. 백가면 흑나로 끼워서 일단 우변의 백대마는 분단될 운명이다. 이때 노타임으로 백42가 놓였다. “그게 있어요. 제자리에서 살게 돼요.” 양재호가 혀를 끌끌 찬다. 참고도2의 흑1로 물러서야 하며 백은 2에서 6으로 삶이 확보되는 것이다. “물론 흑도 7로 모는 수가 두터워서 별로 불만이 없긴 해요. 그런데 흑이 1로 물러선다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요. 성격상 송태곤은 이렇게 물러서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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