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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비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입력2003-06-12 00:00:00
수정
2003.06.12 00:00:00
문성진 기자
한국과 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이달 중 국회통과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 11일 협의를 갖고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한ㆍ칠레 FTA 비준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ㆍ칠레 FTA는 자칫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치권이 농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내년 총선을 의식, `선 대책, 후 비준`을 내세워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반면 칠레는 이달 중에 비준안을 처리할 것이 확실해 국제적인 신인도 추락도 우려되고 있는 판국이다.
한ㆍ칠레 FTA는 지난 1999년 9월 협상에 들어가 우여곡절 끝에 금년 2월 양국정상이 공식 서명, 국회비준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비준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여야의원 142명이 반대하고 나서 통과자체도 의문시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정부와의 협의라는 명분을 내걸고 비준안 처리를 연기해 버린 것이다. 여야가 표에만 매달려 국익을 저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 가운데 중국ㆍ홍콩ㆍ대만ㆍ마카오 등과 더불어 FTA를 체결하지 않은 몇 개국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을 제외한 이들 나라는 모두 중화권(中華圈) 국가라는 점에서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번에 FTA 비준안이 연기됨으로써 시장 개방정책이 밑바탕부터 흔들리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FTA는 말 그대로 관세 없는 자유무역이다. 한ㆍ칠레 두나라가 FTA를 체결하게 된 것은 우리는 공산품을, 칠레는 농산물을 서로 유리한 입장에서 팔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탓이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할 경우 FTA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모든 국제관계도 이처럼 `주고 받는 등식(等式)`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ㆍ칠레 FTA는 우리에게 득이 많다. 농산물 보다는 공산품이 부가가치가 더 높을 뿐더러 칠레를 전초기지로 거대한 남미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이번에 FTA 비준안처리를 연기시킨 것은 중대한 실수다. 정부도 농민단체의 반발을 예상, 각종 보완장치를 마련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국제적인 신인도마저 무시해 버린 처사는 정치적인 횡포나 마찬가지다. 이제 농민들도 시장개방이 대세라는 사실을 인식, 언제까지나 정부의 보호막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농민이나 시민단체를 설득하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FTA는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최형욱기자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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