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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원하는 은행 합병모델
입력2000-05-26 00:00:00
수정
2000.05.26 00:00:00
성화용 기자
시장이 원하는 은행 합병모델「시장」이 원하는 은행합병의 모델은 어떤 것일까.
합병이 본격적인 이슈로 불거진 지난 4월 하순 이후 은행권의 주가 추이를 보면 의외로 간단한 답이 나온다.
은행주는 이달 들어 연일 하락세를 거듭했다. 각종 설이 난무하고 금융당국이 이리 저리 변죽만 울리며 「자율합병」을 운운할 때 시장은 냉랭한 반응이었다. 지난 17일 고위당국자가 「우량은행+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합병구도를 언급하며 정부지원 방침을 밝힌 당일은 물론 그 이후 3~4일간 대부분의 은행 주가는 제자리에 머물거나 오히려 하락세가 이어졌다.
마침내 은행 주가가 급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주 들어 재경부가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흘리면서부터.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주가는 연 3일 상한가 행진을 계속했고 나머지 대다수 은행들의 주가도 이례적으로 솟구쳤다.
◇시장은 냉정하다=정부는 내내 『은행합병을 강제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자율적인 합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인 스케줄을 밝힌 적도, 방향을 적시한 적도 없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합병)가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줬다.
정부의 이같은 애매한 태도가 이어지자 「시장」은 혹독하게 정부를 몰아부쳤다. 지난 4월 하순에만 은행 주가를 평균 10~15% 가량 떨어뜨리더니 5월 들어서도 연일 속락장세를 연출했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달 만에 무려 40% 안팎의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은 뭔가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손해보기 싫다」는 것과 「믿을 만한 얘기를 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쯤되면 주가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이 돌아도, 여러 증권사가 「은행주 낙폭과대」 라는 보고서를 내놓아도 시종일관 냉정하게 정부의 「응답」을 기다렸다.
◇「우량+공자금」은 노, 「공자금간 합병」은 예스=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안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시장이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에 대해 「열렬한 환영」을 보인 것은 우량은행과 공자금 은행간의 합병이 투자자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현실적으로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역으로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하는 이유도 득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본 것. 따라서 정부가 아무리 외쳐도 주주의 이익에 반하고 현실성이 결여되는 「우량+공자금」의 합병조합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끝까지 기다린 것은 공자금 은행간의 지주회사 방식 통합구도였다.
정부에서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은행 주가가 급반등한 것은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끼리 알아서 하라고 「지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손해볼 수 없다」는 주장을 주가로 웅변한 것이다. 더불어 공자금 은행간의 합병구도가 은행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제거했다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관측이다.
◇우량은행간 합병을 지켜본다=시장은 일단 우량은행간 합병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득실의 저울질이 만만치 않기 때문. 합병조합에 따라, 또는 합병 후 행적에 따라 주주들에게 득이 될 수도 있고 손실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장은 앞으로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우량은행간의 합병조합이 구체화될 때 주가의 변화는 「합병은행」의 앞날을 예언하는 선행지표로 제구실을 할지도 모른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5/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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