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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칠레 의회에 반드시 화답해야
입력2004-01-25 00:00:00
수정
2004.01.25 00:00:00
김홍길 기자
칠레 상원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우리를 심히 부끄럽게 만들었다. 먼저 결단을 내린 칠레 의회의 대승적 모습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하고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한심한 우리 국회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를 이룬다.
칠레 상원은 이날 특별 본회의를 열어 한국과의 FTA 비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당초 칠레 상원은 한국 국회의 비준안 처리가 확실할 때까지 비준안 통과를 미룬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로 1월 회기가 끝나고 2월말까지 휴회하는데다 한국 국회에서 내달 9일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해 전격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은 비준서 서명 및 공포를 우리 국회의 FTA 비준 동의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제 한ㆍ칠레 FTA의 성사 여부 및 발효 시기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린 셈이 됐다. 우리 국회가 비준을 계속 미룬다면 한ㆍ칠레 FTA는 계속 무용지물 상태가 되고, 우리는 세계로부터 `한심하고 못 믿을 나라`로 낙인찍히게 된다.
FTA 체결은 국제 경제의 대세이며 피할 수 없는 선택이고, 한ㆍ칠레 FTA는 그 첫출발이다. 우리 국회는 이번에 반드시 한ㆍ칠레 FTA를 비준해야 한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2월 9일에는 어떤 경우에도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처리할 것이며, 물리적인 방해를 할 경우에는 경호권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경호권은 회기중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의장이 국회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박 의장은 표결방해 등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의원들에 대해 경위를 동원해 강제 퇴장시키는 등의 방안까지 강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FTA가 이런 식으로 결정지어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국회는 사전에 각 당 수뇌부 및 총무회담 등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농촌 출신 의원들도 이제는 무엇이 진정으로 농촌과 농민들을 위한 일인가를 자각하고 비준을 막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준이 늦어지면서 각종 농촌 지원이나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고 있지 않은가.
16대 국회는 한ㆍ칠레 FTA를 비준해 `유종의 미`를 보여야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비난에 대해 `변명`이나마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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