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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지부족·기업주들도 난색

■ '우리사주신탁' 출발부터 삐걱규약변경조합 901개… 전체의 절반밑돌아 우리사주신탁(ESOP)은 우리사주조합보다 발전된 형태로 종업원과 기업들에 보다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노사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재정경제부와 노동부가 한마음으로 적극 추진한 제도다. ESOP은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용해 재산형성과 기업들이 경영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세수감소를 무릅쓰면서까지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부족, 기업주들의 인색함, 종업원들의 무관심으로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놓여 있다. ▶ 도입, 왜 꺼리나 기업들이 신우리사주제도로 불리는 ESOP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우리사주조합 규약을 바꿔야 한다. 우리사주와 ESOP은 운용, 세제지원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규약을 변경한 곳은 기대 이하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들이 규약을 바꾸는 시간으로 6개월의 여유를 줬다. 이 정도의 기간이면 거의 모든 기업들이 규약을 변경하는 데 충분할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이 제도가 도입되고 6개월이 뒤인 지난 6월 말 현재 총 1,860곳의 우리사주조합 가운데 규약을 변경한 곳은 901군데에 그쳤다.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ESOP을 도입한 곳은 300곳에 불과했다. 전체 상장기업의 절반에 못 미치는 46.4%만이 이 제도를 도입할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다. ESOP조합을 신설할 곳도 1개에 불과했다. 코스닥 등록기업 중 ESOP을 조합규약으로 밝힌 기업이 535곳으로 전체의 57.5%, 조합을 신설한 곳이 13곳에 이르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 쥐꼬리만한 기업출연금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ESOP펀드에 출연한 돈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상반기 동안 기업이나 대주주가 종업원들을 위해 내놓은 주식은 모두 47억2,300만원으로 50억원이 채 안된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간판기업이 몰려 있다는 거래소 상장기업일수록 ESOP펀드에 돈을 내놓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 상장기업 중 ESOP펀드에 돈을 출연한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하나은행은 2월27일 7억5,00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해 4월30일 3만7,870주를 한국증권금융에 예탁했다. 코스닥기업 중에서는 모디아만이 현금을 출연했다. 그러나 규모는 3,000만원으로 소액이다. 종업원을 배려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거래소나 코스닥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중소기업들이었다. 비상장기업인 케이티인포텍의 경우 대주주가 29억6,100만원을 내놓았다. ▶ 정부의 실천의지가 약한 것도 원인 ESOP이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정부의 정책 실천의지가 약하다. 정부는 세수감소를 무릅쓰면서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정작 관련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는 뒷짐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해 당사자들이 알아야 쓸 수 있는 법. 위성방송수신기 업체인 케드콤의 이종광 전무는 "ESOP이란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게임전문 벤처기업인 A사의 B사장도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의아해했다. 기업들의 무관심도 큰 걸림돌이다. 국내기업 풍토에서 종업원을 위해 대주주나 기업이 주식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종업원들에 대한 성과급으로 스톡옵션을 주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다 현행 퇴직금제도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범 하나은행 노조 사무국장은 "기업이나 대주주가 출연한 주식을 최소 4년 동안 처분할 수 없는 제도상의 한계도 ESOP제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업연금 도입에도 영향 줄 듯 ESOP이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종업원과 기업이 공동으로 돈을 모아 자사주는 물론 다른 주식ㆍ채권 등에 투자하는 기업연금을 도입하는 데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ESOP을 기업연금을 도입하기 전 단계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6개월 시행결과만을 놓고 볼 때는 앞길이 어둡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ESOP제도를 알리는 동시에 ESOP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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