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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들이 일본에 이어 미국ㆍ영국 등이 한국 원화 때리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달러당 1,100원대 이하의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거대 3국의 환율전쟁이 한국으로 불통이 튀어 경쟁력 악화는 물론 자칫 통상마찰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재계는 특히 원화 절상 속도가 빠르게 진행돼 내년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100원이 무너지고 원고(高)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환율전쟁이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국 때리기로 옮겨가자 난감해 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강경 발언 이면에는 한국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지만 자동차ㆍ조선 등 주력 수출업종이 겹치고 엔고 때문에 이 분야에서 크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원화 절상 압력이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 및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도 벅찬데 미국ㆍ영국 등 다른 국가마저 원화 절상 압박에 가세하면서 재계는 더욱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환율을 빌미로 주요 선진국들이 무역적자를 이유 삼아 한국 상품에 대한 통상장벽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이 한국산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코일에 대해 상계관세 및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환율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운데 원고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 역시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원고에 대한 글로벌 압박, 외국자본의 한국 시장 유입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해볼 때 원고가 일시적이 아닌 고착화ㆍ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환율이 절상되는 것과 원고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임원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장기 엔고에 대비하는 것처럼 우리도 장기 원고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재계는 환율전쟁 등 경영상황이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자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환율전쟁의 실상은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과 기업에 대한 견제"라며 "현재의 상황이 심각한 국면으로 갈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지만 당장 내년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이하로 추락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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