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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장제가 국가경쟁력 키운다" 한국경제 이래야 산다- 장기표 지음, 명상 펴냄정보화시대 정리해고 일상화로 경제위기사회 안전망 강화로 경제·사회갈등 풀어야 홍병문 기자 hbm@sed.co.kr 장기표씨 “벼랑 끝에 몰린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먼저 위기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군사독재정부 시절 대표적 정치 이론가로 재야를 이끌었던 한 노(老) 정치인의 한국 경제ㆍ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로부터 정치적 연륜을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1989년 “민중의 정치 세력화”를 주장하며 민중당을 창당했던 장기표씨. 요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장 대표의 시선은 결코 유순하지만은 않다. 여기 저기서 정권을 비판하는 날이 선 목소리가 튀어 나오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시대를 바라보는 기준과 지금 정보문명 시대를 보는 평가 기준은 달라야 합니다. 흔히들 현재 한국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참여정권의 분배우선 정책에 따른 대기업들의 투자 기피 등을 지목하지만, 사실 한국 사회 위기는 산업문명에서 정보문명으로 전환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ㆍ경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민중당 이후 새시대개혁당, 푸른정치연합, 녹색사민당, 새정치연대를 이끌어 오면서 장대표는 생각의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동 속에서 자신의 사상적 빈틈을 학구적 노력으로 꾸준히 채워온 이 관록의 정치인이 진단한 한국 사회 위기는 어떤 모습일까. “한마디로 지금 우리 사회는 산업의 정보화에 따른 이념과 정책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DMBㆍMP3 등 신제품이 등장하고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정리해고가 일반적인 틀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거죠. 산업 정보화 시대 속에 정리 해고는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정리 해고 이후 이들이 먹고 살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책을 통해 한국 사회의 위기 원인을 세가지로 요약한다. 산업 정보화에 대처할 이념과 정책이 없다는 것과 세계화에 대처하지 못함으로 인한 국가 경쟁력 약화, 외국 자본의 과다 유입에 따른 국부 유출 및 중산층 몰락 등이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시장주의에 입각해 경제 위기와 사회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며 사회보장제도의 전면 실시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다. “요즘 사회는 복지 망국론이 팽배한 데 사실 사회 보장제도는 빈곤층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편이기도 하죠. 정리 해고가 돼도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기업도 자유로운 정리해고로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고 그 결과 투자도 활발해질 수 있는 거죠.” 그는 사회 보장제도를 활성화 시키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복지 망국론과 함께 빈곤을 제도화하는 불우 이웃 돕기를 꼽는다. “우리 사회의 불우이웃 돕기란 그 선의적 취지는 오히려 퇴색하고 가진 자의 도덕적 방어와 대기업 변칙적 탈세 수단의 변명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기업에게 이런 준조세 성격의 돈을 강요하는 사회가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는 거죠.” 장대표는 삼성의 8,000억원 헌납이나 아름다운재단에 대해서도 따끔한 비판의 목소리를 가한다. 기업이 이런데 쓰는 돈을 국가가 세금으로 거둬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재원은 소득세와 상속ㆍ증여세 등에 대한 누진율을 강화하면 해결된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 대한 이 같은 장 대표의 날카로운 진단은 아직은 단단한 정책적 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이순(耳順)을 넘긴 장대표는 스스로 “정치인으로서 아직 정권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이 같은 열정이 결코 사적인 욕심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입력시간 : 2006/05/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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