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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커야 나라가 큰다] 외국 기업도 한국 외면한다

세계 6번째로 높은 규제 장벽<br>통신·운송·어업부문 규제 가장 심해<br>직접투자 작년 이어 올해도 감소세


지난달 외국계 바이오 제약회사인 A사는 한국 투자를 준비하다 주변 국가인 싱가포르로 가버렸다. 정부의 수도권 공장 총량규제에 걸려 수도권 입지가 어려웠던데다 땅값ㆍ인건비ㆍ법인세율 등이 싱가포르보다 높았던 탓이다. 현재 국내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한 외국기업은 "외국계 기업에 대한 한국의 시각이 아직도 후진적"이라면서 "외국기업들이 받는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특혜라고 생각하고 규제는 마땅한 보호무역이라고 여긴다"고 꼬집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천연자원에 버금가는 또 다른 성장 에너지다. 그러나 FDI는 한국을 빗겨간다. 한국의 FDI는 매년 감소 추세다. 지난 2000년 153억달러였던 FDI 금액은 2009년 115억달러로 25% 감소하더니 올해 1~9월 누적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9.4% 줄어든 72억6,400달러로 주저앉았다. 반면 한국이 외국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2000년 62억달러에서 2009년 304억달러로 무려 390%나 급증했다. 잠재적 투자기업이 한국 진출을 꺼리거나 외국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또 국내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데 대한 공통점은 이들 모두 국내에서 기업하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입장벽, 경쟁제한 등 이런저런 규제가 많다는 데 입을 모은다. 아울러 인접 투자국인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높은 법인세율과 인건비, 경직된 노동시장도 외국기업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를 위해 만든 경제자유구역조차 외국 교육ㆍ의료기관 유치를 위한 규제완화 등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 규제와 왜곡된 균형발전 논리가 합작해 '투자 없는 경제특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경제자유구역 6곳 중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도시. 이상익 인천경제청 기획조정본부장은 "외국병원과 교육기관 설립 문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초기부터 지금까지 진척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병원ㆍ교육기관 유치는 외국인들이 송도 등에서 마음 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환경인 만큼 시급한 현안"이라고 털어놨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FDI 규제 지수는 이 같은 현실을 말해준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2010 FDI 규제지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FDI 규제지수는 0.142로 아이슬란드(0.430), 멕시코(0.264), 뉴질랜드(0.263), 일본(0.241), 캐나다(0.153)에 이어 6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통신ㆍ운송ㆍ어업 등 3개 업종의 규제가 가장 강했다. 5월 발표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규제 체계와 외국인 투자가 각각 46위, 50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외국인이 돌아오고 잠재적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투자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은 해외로 엑소더스를 이루고 외국인조차도 이 땅에 발붙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KOTRA 외국기업고충팀 안충영 박사는 "한국이 의료ㆍ관광의 허브가 되기 위해선 문호를 개방할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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