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유가증권 발행에 주간사로 참여하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이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변경하는 사례가 빈번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해외 IB들의 횡포가 심해지면서 국내 IB의 주간사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유상증자ㆍ해외채권 등 유가증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주간사 업무를 맡는 해외 IB들이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기업 및 대기업들이 유가증권 발생시 국내 IB를 주간사로 포함시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최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해외 IB들과 계약했지만 당초 계약과는 달리 과다한 수수료를 책정해 계약을 취소했다. KB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요구해 계약을 파기했다"면서 "해외 IB들이 국내 유가증권 중개업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상증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증자금액의 1.0~1.5%를 수수료로 지불하지만 A사의 경우 주간업무를 맡은 해외 IB들에 2.5%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당초 0.6%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해외 IB들과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해외 IB들이 두 배 이상의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가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유가증권의 경우 해외 IB들이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IB들의 주간사 업무참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달 초 15억달러의 해외채권을 발행하면서 처음으로 국내 증권사를 주간사에 포함시켰다. 수은의 한 관계자는 "5개의 해외 IB와 함께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했다"며 "국내 IB들의 주간사 업무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 국내 증권사들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채권 발행을 진행하고 있는 가스공사는 산업은행을 주간사로 선정했으며 한국전력도 최근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 IB들에 잠식당한 유가증권 중개시장에 국내 IB들이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국내 IB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려는 자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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