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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과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 인간적 및 경제적인 모든 측면에서의 문화적 다양성의 증진을 희망한다.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 문화적 표현이 상품이나 서비스로서의 상업적 가치보다 전체 인류 사회에 대해 가지는 가치, 의미 및 중요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INCD(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협약 초안중 일부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일 제2회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 파리 총회 개막 축하 연설문을 통해 “문화는 무역에 굴복되어서는 안된다. 지구촌의 문화 종(種)다양성을 위해 문화가 일반교역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시청각 서비스 분야와 관련한 시장 개방 약속인 WTO(세계 무역기구) 서비스 협상 양허안 제출(3월31일)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지난해 6월, 36개국에 서비스와 관련한 시장 개방 요청서인 양허 요청안을 제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WTO 시청각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체제는 2005년 1월 발효될 예정이다. 21세기 들어 경제적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 DDA(다자간 무역협상체제인 도하개발아젠다)의 출범은 세계경제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BIT(쌍무투자협정)와 FTA(양자간ㆍ다자간 자유무역협정)가 확대되고, 지역별 경제블록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요구하는 세계화의 과정은 국경간의 관세 인하와 비관세 장벽의 철폐를 동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개별국가의 문화정책마저 비관세 장벽으로 분류하고 궁극적으로 철폐할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화가 일반상품과 동일한 범주에서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시장 개방은 각국이 고유의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문화정책들이 무역장벽으로 간주돼 문화정책 자체가 실종된다. 문화산업이 발달한 소수 국가를 제외한 모든 나라들의 공동체 구성원들의 문화적 표현이 제한당함으로 인해 정체성이 위협 받고 문화다양성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시청각서비스 분야에 대해 양허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최근 문화관광부는 그동안 문화예술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인수위 사회문화여성위원측과 외교통상위원측에 양허 요청안 철회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한국 정부가 문화부문의 개방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연우(사회문화부 차장)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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