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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몸값 요구에 납치단체와 협상 난항

174일간의 지옥 같은 피랍 생활은 지난 5월 15일 머나먼 아프리카의 한 해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케냐 뭄바사항을 출발, 예멘으로 가던 탄자니아선적 어선 마부노 1ㆍ2호의 선장 한석호씨 등 한국인 4명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북동쪽으로 210마일 떨어진 해역에서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해적들에 납치됐다. 이들과의 교신은 납치 사흘 후에나 이뤄졌다. 한씨가 한국시간으로 5월 18일 오후 선주 안현수 씨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첫 연락이 닿은 후 피랍자 석방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때마침 방한 중이던 버나드 멤베 탄자니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탄자니아 선적인 마부노 1ㆍ2호와 선원들이 조기에 무사 귀환할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납치단체 측은 시간을 끌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듯 선원들을 모가디슈에서 북쪽으로 400km 떨어진 작은 항구에 억류한 채 선주 등과의 대면협상을 미뤄 피랍 가족들의 속을 태웠다. 이후 전개된 납치단체와의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해적들이 터무니 없는 보상금을 요구한 게 원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7월 19일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23명 피랍사건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소말리아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크게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잇따랐다. 그러나 8월말 아프간 피랍사태가 해결되고 여론의 관심이 소말리아 사건에 다시 집중되면서 다시 요구조건을 높여 나갔다. 특히 전국해상노련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소말리아 피랍선원을 위한 시민모임’이 무려 3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으는 저력을 발휘,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해다. 결국 지난달말 인질 석방을 위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면서 정부는 4일 174일간의 기나긴 피랍 기간에 종지부를 찍는 타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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