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3년여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증시가 강세 행진을 거듭하고있다. 이 같은 증시 강세는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저평가 메리트 그리고 실적 개선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의 몸집이 빠르게 불어났지만 글로벌 유동성 등 증시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4ㆍ4분기 중에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시총은 1,029조7,910억원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스피 지수 역시 4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28개월만에 최고치인 1,860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낮은데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증시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내 증권사들은 4∙4분기중에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총이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2007년 10월31일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로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당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PER은 9배 수준에 머물면서 미국이나 다른 신흥국에 비해 낮은 상태다. 그만큼 국내 증시가 아직도‘싸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의 실적이 이전에 비해 빠르게 개선되면서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수가 상승해 1,900선을 바라보고 있지만 결코 '비싸다'고만 볼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500대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시총이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2007년에는 59조였으나 올해는 57%나 급증한 9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로 3∙4분기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분기별로 역대 최고였던 지난 2∙4분기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시장분석팀장은 “지난 2007년 시총과 지수가 사상 최고에 달했던 시기는 부동산 호황과 펀드열풍 등 국내 가계의 자산인플레이션의 결과였지만 이번에는 기업실적과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국내 증시가 지난 1년여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1,800선을 돌파하면서 한 단계 레벨업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점도 최근 상승세에 대한 속도조절론의 근거를 약화시키고 있는 점으로 꼽히고 있다. 더구나 3년 전 사상 최고의 시가총액을 이끈 수급의 주체가 가계들의 펀드 열풍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환매를 지속하고 있지만 미국의 약(弱)달러와 저(低)금리 기조에 따른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 수급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누적기준으로 볼 때 외국인과 기관, 개인 중에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주체는 외국인이 유일하다. 미국이 당분간 양적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존의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캐리트레이드는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 증시로 지속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수세에 조만간 펀드환매 마저 주춤해질 경우 국내 증시는 한번 더 상승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4∙4분기중에 국내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연내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포인트를 노려볼만한 주요 근거로 꼽히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치에도 불구하고 낮은 PER과 유동성에 더욱 주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4∙4분기중에 1,900선을 넘어 2,000포인트 돌파를 시도하는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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